[책]이문열 장편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美 입성

  • 입력 2001년 2월 18일 18시 32분


이문열씨의 장편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 한국 작품으로는 처음으로 미국의 메이저 출판사를 통해 번역 출간됐다.

디즈니의 자회사로 문학작품 전문 출판사인 하이페리온(Hyperion)사는 케빈 오록 교수(경희대 영문과)가 번역한 이 작품을 ‘Our Twisted Hero’란 제목으로 7일 출간해 미국과 캐나다 전역의 주요 서점에 배포했다.

이씨의 미국 입성은 교포가 아닌 한국작가로는 처음으로 세계 최대 출판시장에 본격 진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세계적인 대행사의 후원과 일급 출판사의 마케팅을 등에 업고 세계적인 작가로 인정받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이씨 작품의 미국 출판 대행을 맡은 와일리 에이전시는 영향력있는 저작권 대행사로 오에 겐자부로 등 노벨상 수상작가 10여명과 루이스 보르헤스, 앨런 긴즈버그 등 100여명의 유명작가에 대한 전문적인 관리를 해주고 있다. 하이페리온 출판사는 제3세계 작가를 적극 발굴하는 ‘하이페리온 이스트’라는 브랜드를 통해서 분기별로 한 권의 신간만 발간해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마케팅 전략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다.

번역판 뒷면에 실린 발문은 ‘악마의 시’로 유명한 작가 샐먼 루시디가 기고해 눈길을 끈다. 그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인간의 나약함에 대한 보편성을 드러냈다. 가해자와 피해자, 학교 왕자의 영(榮)과 욕(辱)에 대한 섬세하면서 냉정한 이야기는 귄터 그라스의 위대한 소설 ‘고양이와 쥐’를 떠올리게 했다”고 밝혔다.

출간 직후 미국내 반응은 좋은 편이다. 미국의 저명한 서평전문지인 ‘커커스 리뷰(Kirkus Reviews)’를 비롯해 ‘북리스트(Booklist)’ ‘라이브러리 저널(Library Jornal)’ 등 출판 전문지들은 호의적인 기사를 내보냈다. 특히 ‘커커스 리뷰’는 이 작품을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에 비교하면서 ‘아름답게 짜여져있고 풍부하게 암시적인 아이러니로 반짝이는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하이페리온측은 이 책에 대한 본격적인 홍보 작업에 들어갔다. 우선 4월20일경 이씨와 출판 문학계 저명인사를 초청한 가운데 뉴욕 맨해튼에 있는 뉴스쿨대학교에서 출판기념회를 연다. 이어서 미국의 주요 도시 2,3곳을 순회하면서 저자 사인회와 강연 등의 행사도 가질 계획이다. 또 비슷한 시기에 하버드대학에서 이씨의 공개강연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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