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영어로만 수업을 한다지만 교사들의 발음을 믿고 맡기기가 불안하죠. 지금까지 영어 학습지와 테이프로 공부를 시키고 있지만 동급생들처럼 곧 영어학원에 보낼 생각입니다.”(학부모 김세현씨·35)
새 학기부터 7차 교육과정에 따라 중학교 1학년과 초등학교 3, 4학년의 영어수업을 영어로만 진행하도록 정해졌지만 정작 일선 학교에서는 벌써부터 준비 부족을 걱정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영어로 하는 영어수업’에 부담을 느낀 학부모들이 자녀들을 학원으로 내몰아 영어과외 열풍을 낳을 우려도 커지고 있다.
7차 교육과정에 따르면 일주일 3시간인 중학교 1학년 영어수업은 3시간 모두 영어로 진행되며 취학 후 영어를 처음 배우는 초등학교 3학년과 4학년을 가르치는 교사도 주당 1시간인 영어수업을 영어로만 진행해야 한다. 초등학교 1, 2학년은 영어를 배우지 않는다.
그러나 초 중학교 영어교사들은 “교사 한 사람이 수준 차이가 심한 여러 학생들을 효과적으로 교육하기 어려워 전문 교사의 충원과 어학실 등 시설 확충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교육부가 최근 조사한 결과 전국 초 중학교 영어교사 6만7464명의 7.5%인 5074명(초등교사 2781명, 중등교사 2293명)만이 ‘교실 영어’이상 수준의 영어 수업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해 8월 초등학교 영어교사 7227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영어로 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 교사는 전체의 1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이 같은 현실을 감안, 최근 전국 시도 교육청에 영어수업을 영어로 진행하는 원칙을 고려해 새 학년 담임교사를 배정할 것을 지시했다. 또 교사들의 영어수업 능력을 키우기 위해 1만명 이상을 대상으로 연수를 실시하고 영어수업 방법과 교재를 연구, 개발하는 영어교사 교과교육연구회에 대한 예산지원을 늘리는 등의 방안도 내놓았다.
교육부는 영어교육을 독해 중심에서 의사소통 중심으로 바꿔 ‘영어로 하는 영어수업’을 2002학년도에 중학교 2학년과 고교 1학년, 2003학년도에 중학교 3학년 고교 2학년, 2004학년도에 고교 3학년 등으로 제7차 교육과정의 시행에 맞춰 단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서울 혜화초등학교 이동태(李東泰)교감은 “새 학기를 앞두고 영어수업 준비 때문에 고민”이라면서 “봄 방학기간 중 3, 4학년 담임교사와 영어교사는 계속 출근해 수업 준비에 만전을 기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경달기자>d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