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교육을 위해 개발된 초등학교 국어 교재의 한 대목이다. 교재 이름도 ‘이야기왕 선발대회’. ‘영재’하면 대개 과학 수학 등에 뛰어난 아이를 떠올린다. 이 때문에 교재 제목을 보면 대부분 고개를 갸우뚱한다.
이 교재는 영재에게 사소한 생활 소재도 남과 다르게 보게 하려는 것이다. 고정관념을 깨고 상황을 역전시켜 보는 영재들의 엉뚱함과 호기심에서 위대한 발견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은 전국에서 상위 3% 안에 드는 영재들을 가르치기 위해 96년부터 ‘초중 영재교육 학습자료’를 개발해 오고 있다. 지금까지 국어 수학 사회 과학 영어 등 5개 교과 42종이 개발됐다. 대학 교수와 초중고 교사, 영재교육 전문가 등이 집필했다.
기본 심화 선택 과정으로 구분된 영재 교육과정 중 심화과정은 영재아 또래 일반 학생들이 배우는 수준을 훨씬 뛰어넘고 내용도 다양하다.
영재 중학교 과학에 실린 ‘지구에 구리보다 철이 많은 이유’는 올해 서울대 입시 심층 면접에 출제됐던 문제다. 우주 생성과 화학의 주기율표, 물리학의 핵융합 반응에 대해 알지 못하면 자세히 답할 수 없다.
초등 과학에 나오는 동물 모빌 문제는 무게와 거리의 곱이 같아야 평행이 이뤄지는 원리를 알아야 풀 수 있다. 뉴턴의 힘과 가속도의 법칙을 통해 낙하 속도 등을 공부하는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없다’도 눈길을 끈다.
초등 국어에는 유머도 나온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창의성을 끌어내기 위함이다.
목욕탕 수도관이 터진 가정주부가 배관공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바빠서 당장 갈 수 없으니 기다리라”는 말뿐이다. 그러자 이 주부는 “누구든 최대한 빨리 오세요. 그동안 애들한테 수영이나 가르치고 있죠. 뭐”라고 태연스럽게 말한다. 태극기 그림을 보여준 뒤 길이 각도 방향 등을 말로 묘사하도록 함으로써 표현력과 관찰력을 기르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초등 수학의 바닥깔기도 재미있다. 네덜란드 화가 에셔의 ‘바닥깔기(테셀레이션)’를 이용해 불규칙한 모양의 보도블록을 겹치지 않으면서 빈틈없이 깔 수 있는 방법을 묻는다.
교육개발원 조석희박사는 “영재 교재는 지식 암기나 기술의 습득보다 창의적 문제 해결력을 키우기 위한 것”이라며 “학부모들이 주입식 교육으로 아이의 재능을 떨어뜨려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인철기자>in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