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지는 셈치고 무악재역 역무실을 찾아갔다. 역무원 최만호씨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최씨는 “연락을 해 보죠” 하더니 곧바로 종착역인 구파발역으로 전화를 걸어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그러더니 “15분만 기다리시면 연락이 올 겁니다”라며 자리를 권했다.
정확히 17분이 지나자 전화벨이 울렸다. 베레를 발견했다는 연락이었다. 다시 지하철을 타고 가 구파발역 역무실에서 베레를 찾았다. 역무원 백종화씨가 “종착역이어서 물건을 찾기가 쉬웠어요. 그렇지 않으면 저희가 차내에 들어가 찾아봐야 하는데…”라며 미소를 지었다.
A씨는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오면서 얼마 전 폭설이 내린 날 저녁 지하철을 무료 승차할 때와 이번 일이 머릿속에 겹쳐졌다. ‘인간의 얼굴을 한 지하철’이었다.
<오명철기자>osc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