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범 오빠가 이런 말을 했어요. ‘노래한 지 30년이 넘은 이제야 내 목소리를 컨트롤할 수 있더라’구요. 그 말을 듣고 고개가 숙여졌습니다. 난 한참 멀었다는 생각도 들고.”
이수영은 1999년 11월 애절한 발라드 ‘아이 빌리브(I Believe)’로 데뷔하면서 고감도 가창력을 인정받은 가수. 그러나 앞의 말처럼 그는 여전히 미완성의 진행형이라고 말한다.
“까마득한 그곳(완성)을 향해 노래할 뿐이지요.”
최근 발표한 2집은 그 완성을 위한 그의 ‘행진’이 담겨 있다.
타이틀곡 ‘네버 어게인(Never Again)’.
<천의 음색가진 '미완의 대기'>
♬ 노래듣기 |
- Never Again |
여가수들이 흐느끼는 탁성의 리듬앤블루스를 내세우는 요즘 유행과 달리 정통 발라드다. 특히 이수영의 여러 갈래의 음색과 창법, 애절한 멜로디가 발라드 특유의 애상을 더욱 짙게 전한다.
이수영의 목소리는 참 독특하다. 한 음에도 맑음과 흐느낌, 탁성과 미성이 한꺼번에 배어 있다. ‘네버 어게인’은 이런 중층의 보이스 컬러가 50인조 현이 수놓는 애절한 멜로디를 타고 흐르면서 아릿한 서정을 전하는 노래다. 마치 미완의 가창력에 대한 가수의 고민이 담겨 있는 듯하다.
가사의 내용은 삼각관계 끝에 가버린 연인에 대해 다시 오지마라는 것. 이런 노래를 보면 젊은층이 떠난 사람에 대해 미련을 갖는 것은 ‘미련한’ 일이다. 이수영도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2집 노래마다 색다른 분위기>
새음반은 이수영 목소리의 다양한 변화가 돋보이는 노래가 수록되어 있다. 콧소리가 섞인 신명이 돋보이는 댄스곡 ‘쟁탈’, 전화 목소리로 변조해 아득한 느낌을 주는 ‘키스’, 앙징맞은 소녀의 리듬앤블루스같은 ‘증오’, 보사노바와 기타 연주와 잘 어울리는 허스키 음색의 ‘참아보려해’, 전형적인 깔끔한 발라드 ‘천년이라도’ 등.
또 음반 프로듀서를 맡은 MGR는 서로 다른 네 곡의 간주곡(Interlude)을 이들 노래 사이에 배치해 음반의 분위기를 듣는 시시각각으로 변하게 한다.
이수영의 뮤직비디오는 ‘러브 레터’의 촬영지인 일본의 오타루에서 찍었다. 눈덮인 설원을 배경으로 한 영상미와 신현준 한고은 등 톱스타들의 연기가 노래 못지 않게 눈길을 끈다. 이수영은 뮤직비디오에 잠깐 나왔으나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다.
이수영은 외모가 여려보인다. 갸날픈 얼굴이나 수줍음이 ‘이소라 프로포즈’ 등 TV 무대에서 감춰지지 않는다. 그래서 “카리스마가 부족하다”는 달갑잖은 평도 뒤따른다. 이수영은 이에 대해 “카리스마란 노래의 감성을 자기 자신으로 체화시켜서 부르는데서 나온다”며 “발라드 가수에게 카리스마는 조용한 흡인력일 것”이라고 말한다.
이수영의 새음반은 최근 12만장이 배포됐다. 기획사측은 “재주문이 들어오지 않았으나 1집(24만장 판매)때보다 반응이 빠른 것 같다”고 말한다.
<허엽기자>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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