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인터뷰]지누션, "힙합에게 자유를 달라"

  • 입력 2001년 2월 20일 14시 56분


2인조 힙합 듀오 '지누션'의 기분은 요즘 희비의 쌍곡선을 타고 있다.

2년의 준비 끝에 발표한 3집 '지배자'(The Reign)가 발매 2주만에 20만장이 넘는 음반 판매고를 기록(양군기획 자체집계)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반면 KBS 심의에서 '전곡 방송 불가'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본사를 찾은 지누션은 "정통 힙합을 대중화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는데 만족하지만 문화의 자유로움을 속박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지금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또 공백기 당시의 이야기와 향후 계획 등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 힙합과 국악을 접목한 'A Yo!'로 오랜만에 무대에 섰는데 감회가 새로울 것 같다.

- 션: 우리의 뜻을 담은 노래가 대중에게 잘 전달되는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 예전에는 조용히 객석에 앉아서 지켜보는 수준이었는데 이제는 모두 객석에서 일어나 가수와 함께 즐기는 수준이 됐다. 음악 장르는 다르지만 서태지가 스탠딩 문화의 길을 터준 것 같다.

진우: 요즘 정말 관객과 하나가 된다는 것을 실감한다. 노래를 부르다 보면 다른 가수를 응원하러온 팬들도 우리 음악을 들으며 춤을 추면서 함께 놀 정도다.

▼ 최근 KBS 심의에서 전곡 방송 불가 판정을 받았는데...

- 션: 몇몇 곡은 예상했지만 전곡은 이해가 안된다. 'A Yo!'에 나오는 '왕따'나 '빽'이 욕인가? 우리를 표적으로 삼은 것은 아닌가 의심스럽다.

진우: 미국의 경우 'Fuck' 등 욕설을 사용한 노래일 경우 방송에 나갈 수 없다는 규정이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명확한 심의 기준을 알 수가 없다. 드라마는 욕이나 비속어를 사용해도 되고 노래는 안된다는 게 말이 되나?

▼ 지누션 3집 앨범은 전작에 비해 한층 고급스럽고 정통 힙합을 추구했다는 생각이 든다.

- 션: 1집은 '가솔린'같은 정통 힙합 분위기의 노래 외에도 '말해줘'나 '미행'같이 대중적인 힙합곡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번 앨범은 지누션의 색깔을 살려 미국 본토의 힙합을 수용하려고 애썼다. 음악적으로 한층 성숙한 면모를 보여주고 싶었다.

▼ 이번 앨범에는 'Real Wunz'에서 특유의 현란한 랩을 선보인 '사이프레스 힐'을 비롯해 '맙딥' 엠플로 등 외국의 유명 뮤지션들이 참여했는데 섭외가 어렵지는 않았나?

- 진우: 일단 음반, 뮤직비디오 등 우리의 자료를 보내주었다. 우리가 줄 수 있는 돈이 많은 것도 아니어서 한국 힙합 음악의 발전을 위해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흔쾌히 참여하겠다는 연락이 와서 함께 작업을 할 수 있었다. 사이프레스 힐의 경우 아무리 친한 가수라도 노래를 부르게 되면 5만~10만불을 지불해야 하는데 우리는 우정 출연 형식으로 몇백만원만 받더라. 재일교포 힙합 가수 앰플로는 무보수로 참여해 주었다.

▼ 자작곡을 넣지 않은 이유는?

-진우: 2집에 자작곡을 수록했었다. 만들어 놓은 노래는 있지만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형식적으로 우리의 노래를 넣는 것은 별의미가 없다고 본다. 특히 이번 음반에는 좋은 작곡가들이 많이 참여해 작사에만 참여했다.

▼ 3집에서 강력 추천하는 노래는?

-지누션: 첫 번째 곡 'Holdin Down'을 권한다. 정통 힙합 사운드의 진수를 담은 노래라고 생각한다.

♬ 노래듣기

  - Holdin Down

▼ 데뷔 당시와 지금 달라진 것은?

- 션: 대중적인 힙합에서 진정한 힙합을 다루는 수준이 됐다고 할 수 있다.

진우: 데뷔할 때는 이현도, 양현석 형의 색깔이 많이 드러났던 게 사실이다. 3집은 우리가 진짜 하고 싶었던 음악이다.

▼ 2집 '태권 V' 이후 2년의 공백기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다.

- 진우: 악기 사서 노래도 만들고 스노 보드를 타러 다니기도 했다. 완성도 높은 음악을 만들고 싶은 욕심은 생기고 유명 뮤지션과 함께 녹음을 하다보니 우리도 그에 맞는 수준이 돼야 한다는 부담이 생겼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제대로 된 음반을 2년 준비한 것이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다.

션: 시일이 늦어지면서 모든 것을 잊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던 때도 많았다. 2집을 마감할 때 6개월 안에 돌아오겠다고 말한 것이 어제 같은데 벌써 2년이 흘러버렸다. 팬들에게 미안했다. 우리가 좋아하는 힙합이 아니었다면 아마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다만 하고 싶은 음악을 마음껏 펼쳐 보이는데 그 정도의 시간은 투자할만 했다.

<요즘도 박찬호와 자주 연락하며 서로를 격려>

▼ 션의 경우 사업도 꽤 잘되고 있다고 들었다.

- 션: 'MF'라는 의류 브랜드를 개발해 지금은 전국에 27개 매장으로 늘어났으니 성공한 것은 맞다.(웃음) 하지만 힙합 문화(패션)를 알렸다는데 더 큰 의미를 두고 싶다.

▼ 지누션의 새 앨범에 대해 부모의 반응은 어떤가?

- 진우: 아버지가 미국 '스포츠 USA' 사장이신데 지누션 3집이 나오자마자 1면에 크게 올릴 정도로 좋아하신다. 부모님은 나의 가장 큰 힘이다.

션: 괌에 계신 부모님은 부족한 나를 위해 기도해 주셨다. 항상 고마움을 느낀다.

▼ 요즘 언더그라운드 힙합 뮤지션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한 견해는?

- 션: 다양한 힙합이 나온다는 것은 정말 좋다. 다만 음악적으로 더욱 신경을 써서 완성도를 높여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 박찬호와 돈독한 우정을 쌓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요즘도 만나나?

- 션: 찬호가 스프링캠프로 떠나기 전에는 미국에서 자주 만나서 밥도 먹고 영화도 봤다. 이제 1천만달러급 메이저리거가 됐지만 그는 여전히 변한 게 없다. 서로를 격려해주는 좋은 친구다.

진우: 찬호가 달라진 점이라면 초창기보다 옷을 세련되게 입는다는 점 정도다. 션이 제공하는 MF 힙합 옷도 자주 입는다더라.(웃음)

▼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 션: 단독 공연을 고려하고 있다. 이번 활동 말미에 작은 클럽은 물론 대규모 콘서트로 팬들을 만나고 싶다. 3월2일에 서울 홍익대 부근의 클럽에서 언더 힙합 그룹과 연합 공연도 갖는다

진우: 99년에 발표한 'YG 패밀리'의 2집을 준비중이다. 현석이 형 '원타임' 등이 함께 멋진 음악으로 꾸밀 예정이다.

▼ 음악 외에 지금 꼭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 션: 기회가 된다면 외국에 우리 브랜드를 수출해 볼 생각이다.

진우: 션과 나는 30대가 됐다. 이제는 결혼도 하고 예쁜 아기도 낳아서 행복하게 살고 싶다.

▼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 션: 힙합은 젊은이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중장년층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음악이다. 음반을 듣고 공연장을 찾아와서 힙합을 즐겨 주기 바란다. 난 나이가 들어서도 젊게 살거다.

진우: 기다려준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개인적으로 방송사의 심의제도가 바뀌었으면 좋겠다. 나라는 발전하는데 문화는 거대한 벽에 가로막힌 느낌이다. 표현의 자유를 인정해줄만한 시기도 되지 않았나?

황태훈 <동아닷컴 기자>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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