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후 보름 가량 지나자 가슴에 극심한 통증이 느껴지고 열이 심하게 나 내과의사에게 진찰을 받았다. 의사는 “별다른 이상이 없으니 우선 해열제를 맞아 보자”고 했다. 해열제 때문인지 열은 내렸지만 3일 뒤 한 밤중에 갑자기 심한 기침을 하며 가쁜 숨을 몰아쉬다 결국 의식을 잃었다. 김씨는 응급실로 옮겨져 산소호흡기를 달고 심폐소생술을 받았지만 그 다음날 숨졌다. 부검결과는 패혈성 쇼크사. 정형외과나 내과의사들이 김노인이 부러진 갈비뼈에 폐가 찔려 곪기 시작한 것을 모르고 방치했던 것이었다.
김씨 유족들은 소송을 내려고 변호사와 상담했다. 변호사는 “인지대 진료기록감정비 송달료 등 들어갈 소송비용에 비해 받을 수 있는 손해배상금은 약간의 위자료에 불과해 소송해도 큰 이득이 없다”고 말렸다. 김씨가 소득이 없기 때문이었다. 대신 유족에게 한국소비자보호원을 소개했다.
유족들은 즉시 한국소비자보호원에 의료분쟁조정 신청을 했다. 보호원은 패혈증의 증상이 나타났음에도 제대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한 병원의 과실을 인정했다. 다만 나이와 사고경위, 60%에 이르는 패혈증의 치사율 등을 고려해 “유족에게 1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병원에서는 이 결정을 받아들였다. 만약 소송을 했다면 유족이나 병원이 지출해야 할 소송비용만도 각각 1000만원보다 훨씬 많을 지도 모른다.
소송이 모든 분쟁을 해결하는 능사는 아니다. 특히 몇 십만원에서 몇 백만원 정도의 다툼을 소송으로 해결하는 것은 현명한 일이 아니다. 간편한 분쟁조정제도를 다양하게 만들고 널리 이용하는 것이 사법 선진국으로 가는 길이다. www.medcon.co.kr
신현호(의료전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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