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마르크스 국가론 大家 제솝교수 인터뷰

  • 입력 2001년 2월 20일 18시 38분


“지식기반 경제에서 국가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지식의 공유화와 사유화 사이에서 발생하는 근본적인 모순을 관리하는 것입니다.” 마르크스주의에 입각한 국가론 연구의 대가인 봅 제솝 영국 랭카스터대 사회학과 교수(55)가 최근 같은 대학 정치학과에 재직하고 있는 부인 나이링 섬 교수와 함께 방한, 한국노동연구원 등에서 ‘발전지역 국가와 지식기반경제’ 주제의 강연을 했다.

그는 강연을 통해 “지식의 공유화가 새로운 지식의 생산에 꼭 필요한 것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지적 소유권의 엄격한 확립이 정보기술을 기반으로 한 자본주의 집적체제의 근간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같은 모순을 관리하기 위해 국가마다 지식의 공유화를 지원하거나 혹은 이와 반대로 사유화를 지원하는 등 다양한 접근방식을 구사하고 있다”며 “이 중 미국은 지식혁명에서 이미 확보한 우위성을 바탕으로 신자유주의적 형태의 지식관리를 전 지구적 차원에서 촉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솝 교수는 현대자본주의와 같은 고도로 복잡한 경제체제를 설명하기 위해 부인인 섬 교수와의 학문적 협력을 통해 최근 조절이론(regulation theory)을 과감히 끌어들이고 있다. 그의 강의를 듣는다면 조절이론가로 변신한 것이 아닐까 착각이 들 정도지만 본인은 조절이론가로 규정되는 것을 거부한다.

“제 관심은 기본적으로 과거와 마찬가지로 국가와 경제의 변화하는 관계를 연구하는 것이고, 그것도 네오마르크스주의가 아니라 니코스 풀란차스 등의 정통마르크스주의 국가론에 입각한 것입니다. 그러나 조절이론을 분석해봤을 때 그것이 이론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저의 국가론과 양립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국가론에서는 정치하게 설명하기 어려웠던 현대자본주의의 경제적 측면을 조절이론과 같은 중범위(middle―range)이론을 통해 보다 잘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흥미를 갖고 있습니다.”

국내에 번역된 그의 저서 ‘자본주의 국가’ ‘풀란차스를 읽자’ 등은 80년대 경제논리 일변도의 정치경제학 연구자들 사이에 국가론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널리 읽혔다. 지난해에는 그의 저서 ‘전략관계적 국가이론’가 번역돼 나왔다. 하지만 지구화시대에 ‘국가’ 자체가 부적절한 탐구대상이라는 지적도 있어 국가론에 대한 관심은 예전같지 않다.

<송평인기자>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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