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은 신촌로타리를 중심으로한 지역으로, 서울 부심<부심>의 하나이다. 행정구역상으론 창천동과 노고산동 일대를 말하는데, 도심과 영등포를 잇는 길목일 뿐 아니라, 마포와 서강을 연결하는 교통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주변에 연세대, 서강대, 홍대, 이대, 명지대 등의 대학들이 몰려있어 대학가를 이루고 있지만, 대학가로서의 문화적인 측면보다는 마시고, 먹고, 노는 젊은이들의 행락과 유흥의 거리로 더 깊게 인식되어 있다.
현대백화점 주변에서 신촌역까지에 이르는 신촌길의 골목골목은 온통 식당과 술집 그리고 카페들로 메워져 있는데, 주로 젊은 사람들의 주머니사정과 취향을 헤아리는 싸고 기발한 분위기의 집들이 많이 있다.
"신촌에서 뜬 장사치고 안되는 장사가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신촌은 젊은 사람들의 취향과 기호를 잘 반영하는 상권이다. 록카페가 처음 선을 보인 곳도 이곳이고, 노래방, 비디오방 등 소위 '방'문화의 발상지도 신촌이다.
그러나 동네 전체가 마시고 먹는 분위기의 먹자동네인 신촌에서 우연히 맛있는 집을 발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신촌에서의 맛집찾기는 정보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수없이 많은 신촌의 식당숲을 헤치며 맛집기행을 떠나보자.
십수년 전만 하더라도 신촌 먹자골목<요즘은 문화의 거리라 부른다>을 대표하는 메뉴는 갈비구이였다. 그러나 지금은 옛날 1.갈비집 자리에는 영양센타가 들어서고, 그 위로 자리를 옮겨 2.형제갈비<365-0001>와 3.벽제갈비<392-8308>만이 큰길을 가운데 두고 마주보며 갈비집의 명맥을 잇고 있다. 두 집 모두 그동안 거부가 되었다는 소문이지만, 왠지 갈비맛에선 옛날 같은 감동을 느낄 수 없다. 신촌에서나 통할 수 있는 맛이라 평한다면 오랜 전통의 갈비집에 대한 실례가 되지 않을지……
벽제갈비에서 신촌역 방향으로 한 100미터쯤 올라가면 누구나가 다 아는 유명한 4.고박사냉면<392-7461>이 나온다. 이 집 또한 옛날의 허름한 집을 버리고 번듯한 건물을 올렸는데, 구수한 육수에 탱탱한 면발의 냉면이나 고소한 빈대떡은 지금도 여전하다. 다만 요즘은 갈비탕, 만두국 등 메뉴가 다양해지며 정통 냉면집으로의 체취는 옛날만 못한 듯. 냉면 얘기가 나왔으니 신촌의 괜찮은 냉면집을 하나 더 소개해본다. 현대백화점 식당가의 5.다래냉면<320-3824>. 쫄깃한 면발의 함흥냉면이 전문으로 새콤한 홍어회를 얹은 회냉면이 일품. 고소한 빈대떡도 한 점 곁들이면 그만이다.
신촌에는 맛있는 중국집들이 많다. 냉면집, 고박사와 마주한 6.만리향<393-5863>은 매콤한 사천식 요리를 잘하는 집. 신라호텔 출신의 중국인 주방장이 만들어내는 매운고추에 볶은 닭고기 요리인 '궁보계정'과 '마파두부'가 유명하다. 또한 면발이 아주 쫄깃해 짜장면, 짬뽕 등 모든 면요리가 맛있다. 다만 퉁퉁한 중국아줌마의 변덕시런 서비스에 다소 불만스런 소리도 들린다. 고박사냉면에서 조금 올라가면 연세주차장이 있다. 주차장을 끼고 골목으로 들어가 첫번째 골목에서 우회전 하면 중국집 7.완차이<392-7744>가 보인다. 홍콩식의 광동요리와 매콤한 사천식 중국요리가 전문으로 하는 집. 가격은 일반 동네 중국집 수준의 적당한 가격이지만, 몇 가지 이 집만의 독특한 요리를 선보인다. 대표메뉴로 내세우는 요리는 '매운홍합볶음'. 고춧가루와 고추기름, 칠리소스로 홍합과 조개를 범벅이 되게 볶는다. 식은땀이 흐를 정도로 매운데, 이 메뉴를 소개하는 이유는 이 집의 대표메뉴이긴 하지만 특별하게 매운 맛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대표메뉴라는 사실에 현혹되어 꼭 먹어볼 필요는 없다는 얘길 하고 싶어서.… 그러나 이 집은 탕수육이 맛있고, 해산물, 닭고기, 돼지고기 등에 쌀국수를 볶은 '쌀국수볶음'은 여느 중국음식에 비하여 맛이 담백한 이 집만의 메뉴이다.
조금 고급스런 분위기를 찾고 싶다면 현대백화점 위쪽의 8.난향<322-6900>이 괜찮다. 어떤 음식이 주특기라기 보다는 모든 음식이 무난한 수준급의 맛이다. 분위기나 서비스 또한 신촌의 중국집중에선 베스트. 점잖은 모임의 자리로도 손색이 없는 곳이다.
베이킹덕을 전문으로 하는 중국음식점인 9.베이징코야<313-5292>는 벽제갈비 맞은 편에 있다. 장작불에 오리를 구워 오리의 고소한 껍질에 파와 춘장을 올리고 밀쌈으로 싸먹는 세계 3대요리에 속하는 별미다. 오리고기 외에 일반 중국요리도 하는데, 삼선누룽지탕이 인기메뉴이다. 가격은 중상급.
현대백화점 뒷골목에 빼곡히 들어찬 식당사이를 헤집고 연대방향으로 걷다보면 동경의 뒷골목에서 본 듯한 아주 일본스러운 분위기의 조그만 식당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10.간사이<332-1333>. 일본인 부부가 6년째 운영하고 있는 일본라면, 우동 전문점. 저녁시간엔 일본식의 간단한 안주에 정종 한잔을 곁들이기에 좋은 분위기다.
현대백화점 주차장 바로 뒤의 순대집 11.구월산<336-2069>은 두부와 숙주나물등으로 속을 채운 만두같은 맛의 순대를 하는 집. 유리창 밖에서 볼 수 있도록 순대를 부뚜막에 쌓아놓고 길가는 사람들의 침샘을 자극하는데, 순대나 순대국의 맛에 대한 평가는 반반. 이 동네에선 이름도 많이 나 있고 연륜도 오래된 식당이어서 소개해 본다.
구월산에서 신촌 로타리방향으로 30미터쯤 가다보면 장안에서 알아주는 유명한 복집, 12.삼호복집<337-9091>의 복어를 그려 넣은 간판이 보인다. 장안에서 둘째라면 서러울 만한 명성을 가진 집이다. 마늘을 많이 넣고 얼큰하게 끓이는 매운탕과 지리가 전문.벌써 식당개업 25년째를 맞고 있는 이 골목의 터줏대감이다.
13.아저씨낙지찜<323-6665> . 여자와 같이 가지 않고선 식당에 들어갈 수 없고, 소주도 한 사람에 한병 이상씩은 팔지 않는 기발한 마케팅으로 메스컴을 많이 타며 명성을 얻은 집이다. 유일한 메뉴는 낙지찜 한가지로 콩나물과 함께 매콤히 볶은 것. 아구찜에서 아구와 낚지를 바꿔 놓은 맛이다. 곁들여지는 홍합국이 시원한데, 전체적으로 맛은 명성에 못미치는 그저 무난한 맛. 이 집이 유명해지다 보니 옥호 앞에 '아저씨'를 써넣은 유사 낙지집들이 신촌에 많이 들어섰다.
신촌에 가장 많은 식당은 돼지고기 삼겹살집. 베이징코야 골목으로 들어가면 유명한 14.제주도통갈비<363-5111>가 있다. 건물전체를 식당으로 사용하는 대형식당. 육질이 부드러운 제주산 돼지고기를 맛깔진 간장양념에 재운 돼지갈비가 일품. 맛이나 서비스로는 신촌에 있는 돼지고기구이집들 중 단연 으뜸이다. 바로 옆집은 허름한 소금구이집, 15.고바우<393-2576>. 희미한 네온간판이 정감있게 길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잡아 끈다. 메뉴는 소금구이와 돼지갈비 두가지 뿐. 시멘트로 발라놓은 사각 탁자 가운데 연탄불을 피우고 고기를 구워 먹는 연탄불구이. 60년대 대폿집의 정취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추억의 모습이다.
'제주도통갈비'나 '고바우'는 고기 일인분에 6000~7000원씩이나 하는, 신촌의 돼지고기집으론 비싼 식당들. 삼겹살 일인분에 2000원, 비싸야 3000원을 넘지 않는 삼겹살, 돼지껍데기구이 집들이 수도 없이 많다. 그 중에서도 젊은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루는 몇 집을 골라보면, 창천교회 앞의 16.'연세껍데기집', 아저씨낙지찜 바로 밑의 17.'신촌꽃마을', 18.'떳다껍데기' 등이 대표적인 집들이다.
[잇트앤쿡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