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중앙박물관 부실우려…2003년 개관 차질 빚을듯

  • 입력 2001년 2월 21일 18시 21분


21세기 문화 분야의 최대 국책 사업인 새 국립중앙박물관 건립이 총체적 부실 위험에 놓여 있다.

새 국립중앙박물관은 내년말 건물 완공, 2003년 12월 개관을 목표로 서울 용산에 신축 중이지만 공사가 지연되어 2003년 개관은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하지만 주무부서인 문화관광부측은 예정대로 개관을 강행한다는 방침이어서 학계와 문화계가 이에 반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개관을 강행할 경우 겉모습은 갖출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민족 문화유산의 보고로서 박물관의 기능을 제대로 해낼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물관은 일반 건물과는 달리 외형보다는 내부적으로 얼마나 전시 및 학술 연구 기능을 갖추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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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드러난 가장 큰 문제는 건축 및 전시 준비 기간이 절대 부족하다는 점이다. 1997년11월부터 2002년 12월까지의 총공사기간 62개월 중 40개월이 지난 현재 박물관 건축 공정은 33%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비한 설계로 인해 설계 변경이 끊이지 않고 있어 공사 일정이 늦어지고 있는 것.

비슷한 규모의 외국 박물관이 10년 이상 공사 및 준비기간이 소요되는 것과 비교할 때 6년만에 건물을 짓고 1년만에 전시를 마무리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라고 전문가들은 비판하고 있다.

예산 부족도 부실을 부채질하고 있다. 박물관 건축 예산은 3300억원으로 평당 810만원 꼴. 이는 지방국립박물관이나 사립박물관의 평당 건축비 1200만원에 크게 못 미쳐 수백년 앞을 내다보아야 할 박물관 건물로서 원초적인 부실 위험을 안고 있다.

학예직 전문 인력의 절대 부족도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새 박물관의 적정 학예직 인원은 약 320명(최소 약 220명)이나 현재의 학예직은 40명에 불과하다. 따라서 박물관을 지어봐야 제대로 운영할 인력이 없는 상황이다.

이외에 박물관 부지 바로 옆에 위치한 미군 헬기장의 이전 협상도 5년째 난항을 겪고 있다.

이같은 지적에 따라 국회 문화관광위에서는 지난해말 국립중앙박물관 건립 지원 소위원회(위원장 이미경·李美卿 민주당 의원)를 구성, 박물관 건립의 문제점을 정밀 검토 중이다. 소위는 3월초 문화관광위 이름으로 종합보고서를 내고 문화관광부에 개선을 촉구할 계획이다.

한편 국립중앙박물관 건립추진기획단측은 “건축 구조 공사가 거의 끝났고 곧 내부 공사에 들어가기 때문에 예정대로 개관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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