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건물답게 천장이 높고 복도 역시 널찍널찍하지만 요즘 같은 겨울철은 볕이 안 드는 복도의 차디찬 냉기가 을씨년스럽게 느껴진다.
그런 차가움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선지 복도에는 많은 그림들이 걸려 있다. 공무원들의 미술동호회에서 그린 작품들로 정물화나 풍경화가 주를 이룬다.
‘돌담길’ ‘마음의 고향’ ‘가을풍경’ ‘출어’….
민원인 P씨(31)는 며칠 전 시청에 왔다가 시장실 앞을 지나치면서 우연히 그림 한 점을 눈여겨보게 됐다.
그림은 70, 80년대 흔히 볼 수 있던 서울의 옛 달동네 골목길 풍경이었다. 골목길에 줄지어 늘어선 판잣집들이 이제는 찾기 힘든 아련한 옛 정취를 느끼게 했다.
그런데 그림 밑에 조그맣게 붙어 있는 제목을 보고는 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
‘누가 공무원 아니라고 할까 봐….’
그림의 제목은 ‘재개발’이었다.
<박윤철기자>yc9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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