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계산과 수많은 공식정도가 내가 아는 수학이었으니까. 마치 수학은 입시를 위해 있는 과목처럼 보였다. 아무런 감상도 없이 머리를 훈련시키기 위한 괴로움. 가끔 엉뚱한 생각도 해봤다. ‘수학에도 상상력이 필요할까?’
이 책들을 처음 봤을 때 우선 유쾌했다. ‘수학 그림동화’라는 부제를 달고 있지만 다른 책 처럼 수만을 강조하지 않고 그림책 이야기만으로도 참 재미있다. 수학교사였다는 작가의 생각이 드러나듯 그림이 치밀하고 섬세하다. 생활 속 작은 부분도 놓치지 않고, 추상적 개념을 시각화한 면에서 성공적이다. 아이들과 수학에 대한 애정이 남달라서일까.
‘즐거운 이사놀이’(6세 이상용)에서는 10까지의 묶음 수와 덧셈 뺄셈 개념을 열 명의 아이가 집을 이사하는 과정으로 그려냈는데, 아이만 가는 것이 아니라 그 아이가 쓰던 모든 물건이 꼼꼼히 옮겨가는 것이 그림책을 보는 재미를 더해 준다. 숨은 그림처럼 꼼꼼히 그려진 벽장식과 후추통과 롤러 브레이드, 전화기 등의 자리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좀 더 큰 아이들이 볼 만한 ‘항아리 속 이야기’(초등학고 3학년 이상용)에서는 곱셈의 원리가 나온다. 항아리 처럼 단순해 보이는 곱셈속에 숨어있는 바다같은 ‘수’의 무한성. 항아리 속의 바다와 바다 속의 섬과 섬 속의 성. 그 안의 마을, 마을 속의 집. 집 속의….왜 외워야 하는지 한 번도 의심없이 곡조에 따라 외웠던 구구단의 화려한 변신이었다. 문학적 상상력으로 만나는 수학.
이 책들을 읽으며 또 터무니 없는 생각에 빠진다. 수학 교과서는 이런 식이면 안 될까? 기본 개념 만큼은 상상력으로 가득하고 공들인 그림으로 배울 수 있다면 어떨까? 그래도 수학이 지겨울까?
수학그림동화 시리즈로 나온 책들인데 위에 소개한 책 외에 명제와 조건에 관한 ‘빨간 모자’(초등학교 1학년 이상), 덧셈 뺄셈에 대한 ‘신기한 열매’(초등학교 2학년 이상), 순열 조합에 관한 ‘아기 돼지 세 마리’(초등학교 5학년 이상)가 있다. 수학의 개념을 설명하지만 그것에만 얽매이지 말자. 수학을 빼고 읽어도 재미있는 이야기들이다.
김 혜 원(주부·37·서울 강남구 수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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