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83).
그는 ‘전후 정치의 총결산’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1983년부터 87년까지 일본 총리로 재임해 역대 총리 가운데 2차 대전 후 세 번째로 장기 집권(1806일)에 성공한 인물이다. 퇴임 후 리쿠르트 스캔들로 곤욕을 치렀지만 80대의 나이에 아직도 중의원에서 현역 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 한국판이 출간된 이 책은 보수 정치인으로 살아온 그의 경력을 감안할 때 우리 정서상 불편한 대목이 적잖다.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헌법을 고치고 교육법을 개정해 일본의 정체성을 강화하자는 그의 주장은 일본 내 극우파의 목소리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정치는 물론 외교 안보 경제 교육 과학 등 다방면에 걸친, 그의 50여년 경륜이 담겨 있어 우리가 참고해야 할 부분도 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일본은 현재 2차 대전 후 최대의 위기를 맞았으며, 21세기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개국’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본은 미국의 군사적 보호를 바탕으로 서구적 민주주의의 정착과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이뤘지만 90년대 들어 거품 경제가 붕괴되면서 총체적인 어려움에 빠졌다는 진단이다.
그는 이 위기의 근본적 원인을 중장기적 국가 전략의 부재에서 찾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2차 대전의 패전이다.
미국 영국 독일 등 당시 열강의 힘에 대한 잘못된 판단과 군부에 끌려다닌 근시안적인 국가 정책 탓에 패전국이 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그는 미국 CIA같은 강력한 정보수집력을 지닌 기구의 창설, 대학과 민간에 기반을 둔 ‘싱크탱크’의 활성화, 총리 직선제를 주요 내용으로 한 정치개혁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21세기 일본의 국가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