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신공항 이것이 문제다]안개잦은 활주로 이착륙 문제

  • 입력 2001년 2월 26일 18시 49분


《“이미 결정한 개항 일자를 늦출 수 없습니다. 늦춘다고 고쳐질 일이 아닙니다.”

“실제 공항을 운영하면서 보완하면 돼요.대통령이 참석하는 개항식을 연기한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국가적 대역사인 인천국제공항 개항이‘D―30일’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공항의 입지와 안전운항 관련 시스템에 ‘이상’이 드러나고, 접근 교통망 및 승객 편의 시설이 태부족한 상태여서한달 앞으로 다가온‘인천공항 시대’에 우려를 표시하는 이들이많다. 일각에서는 공항의 사소한 미비점이대형사고와 국제적 망신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를 들어 조심스럽게 개항을늦춰야 한다는 ‘연기론’까지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건설교통부 및 공항 관계자들은 개항만이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다는 태도다. 개항을 앞둔 인천공항이 갖고 있는 문제점과해결책을 총 정리해본다.》

▽공항은 고립지대〓인천공항에 접근할 수 있는 교통망은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하나밖에 없다. 선박편이 있기는 하지만 시간에 쫓기는 항공기 승객들이 이용하기에는 무리다. 따라서 공항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나거나 기상 악화 등으로 폐쇄될 경우 공항은 고립될 수밖에 없다.

민자유치방식으로 건설될 철도가 계획돼 있지만 이 사업에 10% 지분으로 참여키로 한 일본 스미토모(住友)은행이 사업 불참을 선언, 착공이 늦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다음달 29일 개항하는 인천국제공항에 접근하는 대중 교통망 완성에 오랜 기간이 걸려 향후 공항이용객의 불편도 보다 장기화할 전망이다. 인천공항과 경쟁 관계에 있는 홍콩 첵랍콕공항의 경우 개항과 동시에 철도가 개통돼 교통 문제가 거의 없는 편이다.

▽안개에 무방비〓인천공항은 개항 초기 김포공항보다 안개 발생 일수가 적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공항 부지로 확정됐다. 그러나 활주로 건설로 더운 낮 동안에 인근 바다에서 증발했던 수증기가 밤에 차가워진 활주로 때문에 쉽게 응결해 현재는 오히려 안개 발생이 잦아졌다.

특히 바닷가에서 발생하는 안개는 육지 안개에 비해 농도가 짙고 바람이 불지 않는 한 장기간 지속되기 때문에 그 심각성이 더하다. 실제로 19일 새벽에 발생한 안개는 착륙가능 시정인 200m에 훨씬 못 미치는 50m 아래로 떨어져 네 시간 동안 계속됐다.

시계는 오후 6시50분쯤 다시 50m 아래로 떨어져 다음날인 20일 오후 1시40분까지 무려 19시간 동안 지속됐다. 이후에도 시정 50∼200m 상황이 밤까지 계속 반복됐다. 만일 인천공항이 개항한 후였다면 무려 이틀 동안이나 국제공항이 마비됐을 상황인 것이다.

▽공항에 한번 가려면 7만∼8만원〓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하는 내국인은 공항이용료 1만5000원과 관광진흥개발기금(출국세) 1만원 등 모두 2만5000원(김포공항은 1만9000원)을 부담하게 된다. 승용차(통행료 6100원)로 공항고속도로를 이용할 경우 왕복 통행료로 1만2200원이 든다. 여기에다 김포공항보다 높게 책정될 주차료와 식당 등 공항 내 각종 편의시설 이용료를 감안하면 그 비용은 7만∼8만원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서울∼후쿠오카간 국제선 항공요금(24만4500원, 왕복 기준)의 3분의 1 수준이다.

▽환승객은 대합실에서〓공항 이용객이 이용할 수 있는 숙박시설이 공항 여객터미널에 설치될 환승 호텔 90실밖에 없다.

따라서 기상 악화 등으로 항공편이 결항될 경우 환승객이나 공항 이용객들이 서울이나 인천시내 호텔로 나와서 방을 잡아야 하는 등 큰 불편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연간 여객 처리 능력이 2700만명의 대규모인 인천공항의 경우 주변에 최소한 1000실 이상의 숙박시설을 갖추고 있어야 원활한 여객 처리가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객실이 태부족한 셈이다. 더욱이 민자로 국제업무단지에 건설될 호텔 중 하나인 대한항공호텔(534실)도 외환위기에 따른 자금난으로 지난해 9월에야 착공, 내년 말 완공될 때까지는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승객들이 이용할 수 있는 호텔은 워커힐이 운영할 환승호텔뿐이다. 이에 따라 기상 악화로 항공편이 끊기고 고속도로까지 통제될 경우 여객터미널 내 대합실은 환승객과 공항 이용객들로 장사진을 이룰 것으로 우려된다.

▽항공기에 짐을 실으려면 인내력을〓인천공항에 설치된 수하물 처리시스템(BHS)의 실제 처리 능력이 예상 승객 수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BHS는 승객들이 짐을 부칠 때 사용하는 장비로 처리 용량이 떨어지면 수하물이 동시에 집중될 경우 심각한 적체가 발생해 탑승 수속이 늦어져 이는 곧 항공기 출발 지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인천공항의 경우 BHS 1개 라인이 1시간에 처리할 수 있는 수하물이 설계상으로 600개지만 시험 운영해 본 결과 라인별로 450∼550개 처리수준.

BHS 용량이 항공사들이 요구하는 수준(최대 900개, 평상시 750개 이상)은 물론 설계 용량에도 못 미친다.

<송진흡기자>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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