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대학부설 유치원, 대학 뺨치는 '편입학 과열'

  • 입력 2001년 3월 4일 18시 39분


《서울 용산구 이촌동에 사는 최정윤(崔貞允·주부)씨는 첫 딸(3)을 이화여대 부설 유치원과 중앙대 부속 유치원에 보내려 했지만 최근 입학 추첨에서 연이어 고배를 들었다.

당초 유치원과정인 연세대 생활지도연구원에 딸을 입학시키려 했었던 그는 ‘자격미달’이라는 통지를 받고 어쩔 수 없이 이 두 곳의 문을 두드렸다. 연세대 생활지도연구원에 들어가려면 오래전부터 ‘입학예정신청’을 했어야 했지만 그는 이 사실을 ‘미처’ 알지 못했다. 이를테면 ‘정보 부재’였다.

그렇지만 중앙대 유치원에 만 3세 대상의 오후반이 신설되면서 대기자명단에 올려놓았던 최씨의 딸은 간신히 ‘턱걸이 입학’을 할 수 있었다. ‘냉혹한 현실’을 깨닫게 된 최씨는 10개월 된 둘째 아들을 연세대 생활지도연구원에 보낼 생각으로 일찌감치 입학예정 신청을 해두었다.

최씨는 “매일 차를 태워 데려다 주어야 하지만 아이들의 장래를 위해 명문 대학 부설 유치원에서 3년간 공부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

명문 대학 부설 유치원에 ‘입성’하지 못한 학부모들이 결원에 대비해 ‘웨이팅 리스트’에 올려놓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화여대 부설 유치원은 대기자가 수백명에 이르고 중앙대 부설 유치원은 결원에 대비한 편입학 대기자 정원을 50명으로 한정해놓고 있다. 추첨이 아닌 ‘선착순’으로 원생을 모집하고 있는 연세대 생활지도연구원의 경우 학부모들의 ‘줄서기’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만 3세반에 들어가기 위해 첫 돌이 지나지 않은 아이를 입학예정자 명단에 올려놓는 일은 이제 ‘고전수법’에 속한다. 요즘에는 ‘선순위’를 확보해두기 위해 출생신고와 동시에 입학신청을 하는 부모들이 많아졌고 심지어 임신부가 찾아와 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입학 예정자’로 등재하기도 한다.

입학추첨일에는 대학 합격자 명단이 발표되는 날처럼 희비가 엇갈리는 광경이 벌어진다. 당첨된 어머니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펄쩍펄쩍 뛰는데 반해 추첨에서 떨어진 사람들은 아이를 붙들고 엉엉 울기도 해 아이들 또한 영문도 모른 채 눈물을 흘린다는 것. 이 곳의 한 교사는 “연세대 학보와 자체 운영하는 인터넷 홈페이지에만 원아모집 공고를 내고 있는데 원서 접수일 전날 밤부터 입학자격이 있는 예정자의 학부모들이 몰린다”고 말했다.

중앙대 덕성여대 등 명문 초등학교나 중고교를 운영하고 있는 대학의 부설 영유아 교육기관에 들어가는 것은 실제 이들 대학에 들어가는 것보다도 훨씬 어렵다.

일본 게이오대나 와세다대 등 명문대 부속유치원에 들어가려면 수십대 1의 경쟁률을 뚫어야 한다. 졸업생들은 초등학교에서 대학까지 같은 재단 학교를 다니는 경우가 많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서는 유치원 입학 자체가 일종의 차별화된 ‘명문출신 학맥’을 형성하기 위한 ‘치맛바람’이라는 분석과 함께 어린 학생을 계층화, 위계화시킨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박희제기자>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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