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고대사연구 거목 박시형 타계

  • 입력 2001년 3월 4일 18시 40분


◇북사학계 세대교체 불가피

북한 역사학계의 거목인 김일성종합대의 박시형(朴時亨)교수가 지난달 28일 91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박시형은 김석형(金錫亨)과 함께 북한의 고대사 연구를 주도해왔던 역사학계 1세대.

박시형은 경성제국대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광복후 서울에서 교사로 일하다 1946년8월 월북했다. 그는 동명왕릉과 안학궁을 발굴 정리하고 단군릉 동명왕릉 왕건릉 보수 복원사업에도 참여했다. ‘조선역사’ ‘조선고대중세사’ ‘조선사사료학’ ‘조선력사사료강독’ 등 여러 책을 집필하기도 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그는 1952년 북한 최고의 학위인 원사 호칭을 받았다. 원사란 호칭은 박사 그 이상을 말하는 것으로 학문적 업적과 국가에 대한 충성심이 높은 사람에게만 주어진다. 북한 학자 중엔 단 3명뿐.

김정배 고려대 총장(한국고대사)은 “박시형은 민족주의 사학을 밑바닥에 깔고 학문을 전개한 학자로 남북 역사학계에 큰 업적을 남겼다”면서 “일단 한 분야에 손을 대면 그때마다 중요한 논쟁을 제기했을 정도로 역량이 뛰어났다”고 평가했다.

1996년 김석형이 타계한 데 이어 박시형까지 세상을 떠남으로써 북한 역사학계의 세대교체가 불가피해졌다. 박시형 다음 세대의 역사학자들이 북한 역사연구를 주도할 전망이다.

선두주자는 손영종(孫永鍾·74)으로 99년 ‘고구려사’를 완간한 인물이다. 그는 지난해 국내에도 소개된 이 책에서 고구려의 건국 연대를 기원전 277년이라고 주장했다.

김정배 총장은 “북한의 고대사 연구는 박시형과 김석형이 주도해 60년대에 이미 큰 윤곽이 형성됐다. 70년대 이후 고대사 연구는 두 사람의 연구 업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커다란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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