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일본기행(下), 첨단과 과거의 공존 ‘시코쿠’

  • 입력 2001년 3월 5일 11시 11분


‘세기의 다리’ 첨단 공법 경연장

일본 혼슈(本州) 남쪽 세토나이카이(瀨戶內海)를 건너야 하는 또 다른 섬 시코쿠(四國) 지방은 우리나라 제주도와 마찬가지로 옛날부터 유배자의 땅이었다. 전국시대에 사누키(讚岐) 이요(伊予) 아와(阿波) 도사(土佐) 등의 네 나라로 나뉘었다고 해서 ‘시코쿠’이다. 본토와 바다로 격리된 탓에 옛 모습이 다른 지역 어느 곳보다도 잘 보존돼 있다.

이중 사누키는 쫄깃쫄깃한 맛이 일품인 사누키 우동으로, 아와는 단조롭고 익살스러우며 경쾌한 아와오도리(阿波踊り)로 유명해졌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대표적 본오도리(盆踊り)의 하나인 아와오도리는 음력 7월15일 밤에 남녀가 모여서 추는 윤무로, 1587년 도쿠시마조(德島城) 완성을 경축해 사람들이 성을 돌며 춤을 춘 것이 시작이었다고 전해지나 정확하지는 않다.

그러나 요즘의 시코쿠를 말하기 위해서는 현대적 첨단을 빼놓을 수 없다. 바다 위를 가로질러 혼슈와 시코쿠를 잇는 무려 12개의 다리가 세계 최고의 첨단 기술로 놓였기 때문이다.

우선 자동차를 타고 시코쿠로 건너가는 방법에는 세 가지가 있다. 그 첫째는 히로시마(廣島)를 출발지로 삼아 니시세토(西瀨戶)자동차도(통칭 세토우치시마나미카이도 瀨戶內しまなみ海道)를 따라 10개의 멋진 다리들을 건너는 방법이다.

1999년 5월 개통된 니세세토자동차도는 히로시마현 오노미치(尾道)시와 시코쿠 에히메(愛媛)현 이마바리(今治)시를 잇는 총연장 59.4km의 해상도로. 크고 작은 9개의 섬들을 10개의 다리로 연결하는 이 도로는 세토내해의 아기자기한 섬들의 모습과 한적한 어촌의 모습, 바다의 뛰어난 풍광을 한눈에 내려다보며 달릴 수 있기 때문에 드라이브 자체가 관광이 된다. 모든 다리가 차량, 자전거, 보행자의 통행이 가능하다. 따라서 다리가 튼튼한 사람이라면 이마바리시 사이클링 터미널에서 자전거를 빌려 다리들을 건너는 이색 관광을 즐겨볼 만도 하다.

시코쿠에서 혼슈로 건너가는 순서로 따졌을 때 맨 처음 만나는 다리는 급류가 소용돌이치는 해협 위에 놓인 쿠루시마(來島)해협대교. 이마바리시와 오시마(大島)를 잇는 이 다리는 제1대교 960m, 제2대교 1515m, 제3대교 1570m(총연장 4.1km)의 세 개의 다리로, 세계 최초의 3연속 현수교로서 주목받고 있다. 그 다음으로 하카다·오시마(伯方·大島)교, 오미시마(大三島)대교(일본 최장의 아치형 다리), 다다라(多羅)대교(세계 최장의 사장교), 이쿠치(生口)교, 인노시마(因島)대교, 신오노미치(新尾道)대교 등이 죽 이어진다.

거의 모든 다리들이 풍광을 해치지 않고 배들의 통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교각을 거의 세우지 않는 현수교와 사장교로 만들어진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다리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라면 세계 최고 수준의 다리들이 총결집해 있는 이곳이야말로 꼭 가볼 만하다. 이마바리시의 쿠루시마해협전망관에서는 쿠루시마해협대교의 장관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물론 각 섬마다 각종 박물관, 기념관, 미술관, 문학관 등과 공원 등이 즐비하게 세워져 있고 온천도 있어 다리와 섬만을 보는 단조로움을 피할 수 있다.

◇ 본토와 격리 옛모습 잘 보존… 도고온천, 쫄깃한 사누키 우동 유명

두번째 방법은 혼슈 고베(神戶)시 앞바다의 세토내해에서 가장 큰 섬인 아와지시마(淡路島)와 시코쿠 도쿠시마(德島) 현을 잇는 나루토(大嗚門)대교를 건너는 것. 오사카(大阪), 고베, 나라(奈良) 등의 긴키(近幾)지방에서 시코쿠로 넘어갈 때 편한 코스다. 나루토 대교는 길이만 1629m로 144m나 되는 2개의 거대한 탑에 걸려 있는 사장교. 2개 탑 사이의 길이만 876m로 세계에서 가장 길다. 1985년 6월에 개통되었다.

나루토대교의 가장 큰 특징은 다리 450m 지점까지 하단부에 보행자 통로를 만들어 놓아 다리의 구조며 다리 밑 바다 풍경을 보게 만들어 놓았다는 것. 차가 지나갈 때마다 흔들리는 다리의 진동과 허공에 떠 있는 듯한 아찔한 느낌이 어우러져 스릴 만점이다. 특히 조수간만의 차로 이곳 해협에서만 일어나는 멋진 소용돌이를 해면으로부터 45m 위 전망실에서 바라보는 것은 정말 장관이다. 전망실은 바닥을 투명한 유리로 만들어 놓았다.

이 밖에도 나루토에는 다리의 역학구조를 쉽게 공부할 수 있는 기념관과 일본 최대의 미술관인 오츠카(大塚)국제미술관 등이 있다.

세번째 방법은 혼슈의 오카야마(岡山)현과 시코쿠의 가가와(香川)현을 잇는 세토대교를 건너는 것. 1988년 개통된 세토대교는 시코쿠가 이제 섬이 아니라 혼슈와 연결된 곳이라는 이미지를 부각시켰던, 시코쿠의 새 시대를 열었던 상징이다.

시코쿠 관광의 중심은 도내에서 가장 큰 도시인 마쓰야마(松山)와 다카마쓰(高松). 이 두 곳에 아시아나항공이 취항하면서 우리나라와 훨씬 가까워져, 쿠슈의 후쿠오카(福岡)만큼이나 한국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마쓰야마는 30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 최고(最古)의 도고(道後)온천이 있는 도시로 예부터 많은 문인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도고온천 본관 건물은 지은 지 100년이 넘은 건축물로 공중목욕탕으로서는 처음으로 국가 중요문화재로 지정됐다. 일본 왕들이 다녀가기도 했던 도고온천은 많은 문인들이 집필작업을 한 개인실이 관광 코스로 개방돼 있다. 일본 근대문학 선구자의 한 사람으로 일본 만원권 지폐에 등장하는 나츠메 소오세키(夏目漱石)가 유명한 소설 ‘보짱’(坊っちゃん·도련님)을 집필한 곳도 바로 도고온천이다.

다카마쓰에는 약 75만㎡의 광대한 정원인 리쓰린(栗林)공원이 유명하며, 다카마쓰와 마쓰야마 중간쯤에 위치한 고토히라(琴平)는 전국적인 민간 신앙의 지지를 받아온 곳인 고토히라구(金刀比羅宮)로 유명하다. 심신을 가다듬는 수행 코스의 필수인 고토히라구는 입구부터 본궁까지 785계단, 신사까지 다시 583계단으로 연결돼 있다. 고토히라구 입구에는 맛있는 사누키 우동집이 많다.

< 시코쿠(사국)=조용준 기자 abraxas@donga.com >

< 사진 · 주간동아 김형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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