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유학은 정말 멋지고 풍요한 인생을 보장하는 것일까?
열심히 공부해서 학위를 따오면 대개의 경우 몸값이 높아질 것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유무형의 대가도 적지 않다. 유학 희망자들이 잊기 쉬운 것이 유학에 따르는 ‘기회비용’이다. 여기서 기회비용이란 유학과 뒤이은 전직(轉職)으로 포기하게 되는 금전적 대가, 즉 종전의 직장에서 계속 일할 경우 얻는 수입이다. 문제는 이 기회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점.
국내 증권사에 다니는 연봉 5000만원의 A과장(33)이 미국에서 MBA과정을 마치고 새 직장을 얻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동원증권 마제스티클럽의 조흥현차장에 따르면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의 워튼스쿨처럼 도심지역에 있는 MBA대학원을 다닐 경우 2년동안 드는 비용은 평균 2억6208만원 정도. A과장은 대학원을 다니는 동안 2년치 연봉 1억원을 포기해야만 한다.
A과장이 ‘MBA 학위를 딴 뒤 5년안에 모든 비용을 벌어들이겠다’고 결심할 경우 종전의 직장을 계속 다녔을 때 추가로 받았을 5년간의 연봉도 기회비용에 포함시켜야 한다. 그런데 이 5년간의 연봉은 기회비용에 넣지 않는 이들이 많다. 결국 향후 2년 뒤 차장으로 승진하는 케이스였다면 A과장의 MBA유학에 따른 기회비용은 모두 4억5000만원이 된다.
요컨대 A과장의 MBA학위 취득 후 5년까지의 총비용은 7억1208만원이다. 그리고 이 돈을 5년만에 회수하려면 그는 대학원 졸업 후 평균 연봉이 1억4241만여원인 직장을 구해야만 한다. 그런데 이런 직장을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흔히 ‘톱텐(Top 10)’이라 불리는 미국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MBA대학원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매킨지 등 유수의 외국계 컨설팅회사에 입사할 때 받는 초봉은 평균 10만달러로 알려져 있다. 컨설팅 회사에선 2∼3년 뒤 연봉이 크게 뛰는 게 일반적이지만 목표치 1억4241만여원을 맞추기가 쉽지만은 않다. 국내 증권사에서 5∼6년 이상 애널리스트로 일한 뒤 MBA를 마치고 메릴린치, 골드만삭스 등 최고의 투자은행에 들어가도 평균 연봉은 1억원가량으로 역시 목표치에 미달한다.
헤드헌트업계에 따르면 톱텐을 졸업한 한국 학생 중 이같은 외국계 투자은행이나 컨설팅회사에 들어가는 사람은 전체의 30%에 불과하다. 나머지 30%는 외국계 우량 대기업이나 컨설팅회사로 가며 40%는 국내 우량 대기업에 취직하는데 그친다는 것. 초봉 수준은 국내 대기업이 6000만∼7000만원, 정보통신컨설팅업체는 7000만∼8000만원 가량이다.
한마디로 아무리 좋은 대학원을 나와도 제반 비용을 5∼6년안에 회수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한 외국계 컨설팅회사 이사는 “엄밀한 의미의 기회비용까지 전부 회수하려면 톱텐을 나와도 10년 가량 걸린다”고 말했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