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을 하기 위해 자동차 시동을 걸거나 기어를 바꿀 때, 컴퓨터 마우스를 움직일 때, 뒤집개로 계란후라이를 뒤집을 때, 가위질을 할 때, 야구를 하거나 기타를 칠 때, 코르크마개를 딸 때 왼손잡이들은 ‘매번’ 불편하다. 그뿐인가. 손놀림이 자연스럽지 않은 오른손으로 자동차기어 조정이나 가위질을 한다는 건 위험하기도 하다.
컴퓨터의 키보드에 ‘enter’ ‘delete’ 등 주요 키는 오른쪽에 있다. 자동판매기의 동전넣는 곳도 오른쪽에 있고 대학 강의실의 책상은 ‘ㄱ’자로 생겼다.
왼손잡이들은 어린시절부터 ‘핍박’을 받는다. 한국의 부모들은 자녀가 왼손잡이임을 큰 금기라도 되는 듯 여긴다. 왼손잡이 어린이는 “한번만 더 왼손을 쓰면 왼손을 꽁꽁 묶어버리겠다”는 협박을 수도 없이 받는다.
“내가 글씨를 쓸 때면 다들 ‘재주 부리는 것 구경하듯’ 쳐다본다.”
“왼손으로 그림을 그렸더니 선생님이 ‘기형아’라고 했다.”
“혼자 사시는 할머니를 돕는 자원봉사를 나갔는데 하루종일 ‘너 그래가지고는 시집도 못간다’는 말을 들었다.”
‘오른손보다 민첩한 왼손’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왼손잡이는 서럽다.
왼손잡이들에게 인터넷은 차갑지만은 않은 공간이다.
‘왼손나라’(www.leftland.com 031―964―5338)는 왼손잡이 용품을 파는 전문쇼핑몰이다. 손잡이와 날의 방향이 바뀐 가위, 왼손으로 돌리는 코르크따개, 왼손으로 들고 눈금을 볼수 있는 계량컵 등 100여가지 용품을 판매하고 있다. 아직 국내에는 전문적으로 왼손용품을 제조하는 곳이 거의 없어 대부분 미국 영국 등에서 들여온 수입품이다. 매월 4500명 가량이 사이트를 방문하고 100여건의 구매가 이뤄진다. 왼손잡이 관련기사와 해외 정보도 볼 수 있다.
왼손잡이협회의 홈페이지(lefthand.or.kr)에도 왼손잡이들의 목소리와 각종 정보가 가득하다. 강미희회장(37)은 13년간의 유치원교사 생활에서 왼손잡이 어린이들을 지켜보다 협회를 열게 됐다고 설명한다. 현재 회원은 900여명. 전세계의 유명한 왼손잡이 소개는 물론, 왼손잡이에 대한 학계의 연구결과, 해외사이트 동향 등을 이용할 수 있다.
게시판에는 왼손잡이들의 사는 이야기들이 오고간다. 오른손잡이들에게 ‘이들이 얼마나 많은 권리들을 자연스럽게 잃어버리고 살았는지’를 생각해 보게 만드는 글들이다.
강회장은 “국내에 왼손잡이는 약200만명 정도로 추산되지만 많은 사람들이 억지로 오른손으로 교정을 하는 것으로 미뤄보면 훨씬 더 많은 수가 될 것”이라며 “왼손쓰는 것을 ‘고쳐야 할 것’이라고 여기는 통념이야말로 오히려 ‘고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진기자>sarafi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