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음반]리사 오노 'Boas Festas'

  • 입력 2001년 3월 7일 18시 42분


너무 늦은 도착인지도 모르겠다. 겨울에서 봄으로 접어드는 3월. <드림>과 <프리티 월드>로 유명한 리사 오노는 몇 개의 캐롤 송과 겨울 음악을 들고 우리를 찾아왔다. 'Boas Festas'(EMI)라는 제목의 이 음반은 그러나 단순한 크리스마스용이 아니다. 브라질 상파울로에서 태어나 여전히 일년의 절반을 브라질에서 보내고 있는 일본 뮤지션 리사 오노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보사노바 리듬을 크리스마스 캐롤에 접목시켰다.

삼바와 쿨재즈의 결합인 보사노바를 스윙 재즈에 접목시켜 화제를 모았던 그녀의 실험성은 이 음반에서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익숙한 캐롤송을 게으른 오후의 해변에서나 들으면 좋을 보사노바 리듬으로 듣는 맛도 색다르다.

무기력하면서도 온화한 목소리가 매력적인 여성 보컬리스트 리사 오노. 그녀는 이번 음반에서도 '권태와 무기력'으로 통칭되는 보사노바의 분위기를 어김없이 들려준다. 클럽의 소란스런 분위기를 그대로 따온 인트로를 지나 첫 번째 귀에 도착하는 음악은 'Winter Wonderland'. 더위를 찌르는 한줄기 바람처럼 청량한 목소리가 인상적인 이 음악은 제목 그대로 겨울과 여름이 묘하게 섞인 이상한 나라로 우리를 안내해준다.

'이상한 나라'에 입문한 이상 거쳐야 될 관문도 많다. 음악 속에 삽입된 갖가지 위트를 충분히 즐겨야 하는 것. 'Let It Snow, Let It Snow'에선 강아지 소리를 삽입해 '눈오는 들판의 강아지들'을 형상화했으며, 익숙한 크리스마스 음악 '아베마리아'에선 종소리를, 'Um Anjo Do Ceu'에선 물 흐르는 소리를, 'In The Wee Small Hours Of the Morning'에선 지저귀는 새소리를 담아 낯익은 음악에 액센트를 주었다.

<드림>이나 <프리티 월드>에서 들었던 경쾌함은 훨씬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그녀의 음색에선 시원한 바람소리가 난다. '걸 프롬 이파네마'를 연상시키는 'Um Anjo Do Ceu'나 기타 변주와 손뼉치는 소리를 이용해 경쾌함을 덧붙인 'Jingle Bell Rock' 등이 흥을 돋구며, 반주 없이 합창으로만 부르는 마지막 곡 '사일런트 나이트'가 엄숙함의 방점을 찍는다.

톡톡 튀는 캐롤 음반은 많이 들어왔을 테지만 이 음반처럼 시기를 초월한 캐롤 음반은 다시 보기 어려울 듯. 보사노바의 뜻이 '새로운 경향'이니 만큼 리사 오노의 '새로운 시도'도 영 뜬금 없는 건만은 아니다.

황희연<동아닷컴 기자>benot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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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inter Wonder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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