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자 세상]아들 맡긴 죄?

  • 입력 2001년 3월 7일 21시 26분


경기 안양시 비산동에 사는 주부 김모씨(34)는 지난달부터 큰아들 준서(7·가명)의 초등학교 입학에 들떠있었다.

‘학부모’로서의 긴장감도 생겼다. 요새 엄마들은 선생님한테도 잘하고 학교 일에도 적극 나선다는데….

그러나 지난 2일 입학식에서 김씨의 부푼 가슴은 수심으로 가득했다.

40대 정도로 보이는 준서의 담임선생님은 시장에서 보는 아낙네 차림이었다. 성격이 소탈한 거겠지. 김씨는 첫 만남의 예절에 대해 잠시 생각했지만 이내 지워버렸다.

교실 뒤편에 죽 늘어선 학부모들에게 선생님이 말했다.

(손가락으로 천장을 가리키며) “저 형광등 보이시죠? 청소할 때는 책상에 올라가서 형광등도 닦아줘야 하니 잊지 마세요.”

아, 요새는 교실 청소도 학부모가 한다지. 청소시간도 교육이던 우리 시대는 지난 거야.

“물론 제가 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제가 피곤해서 아이들에게 짜증을 부리게 되면 별로 안좋지 않겠어요?”

김씨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아들이 인질이 된 기분이었다.

<김준석기자>kjs35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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