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신라 高僧 혜초 기념비 중국 산시성에 세운다

  • 입력 2001년 3월 8일 18시 36분


우리나라 승려로는 처음 고대 인도를 다녀와 ‘왕오천축국전(往五天竺國傳)’을 쓴 신라의 승려 혜초(慧超)의 기념비가 중국 산시성(陝西省) 저우지현(周至縣) 선유사(仙遊寺)에 세워진다.

선유사는 혜초가 774년 당나라 황제 대종(代宗)의 명령으로 9일간 머물면서 인근 옥녀담에서 기우제(祈雨祭)를 지낸 곳으로 산시성의 성도인 시안(西安)으로부터 서남쪽으로 80km 떨어진 곳에 자리잡고 있다. 수나라 때 세워져 1400여년 역사를 지닌 중국의 국보급 사찰로 풍광이 수려해 당나라 시인 백거이(白居易)가 이 곳 관리로 근무할 때 장한가(長恨歌)를 쓴 장소로도 유명하다.

이 유서깊은 절이 중국의 개발정책에 따라 인근 헤이허(黑河)의 물길을 끌어들이기 위한 댐공사로 2003년이면 완전 수몰된다.

혜초가 기우제를 지낸 옥녀담 연못가는 공사가 상당히 진행돼 이미 수몰됐다. 법왕탑 등을 비롯한 선유사의 유물은 원래의 절터로부터 철거돼 2.8km 정도 떨어진 새 절터에 옮겨져 보관되고 있다.

서울 견지동 조계사(주지 지홍·至弘 스님)는 새 절터에 혜초의 기념비를 세우기로 하고 최근 선유사 문물관리소를 방문, 기념비 제막식을 절 공사가 착공된 직후인 6월13일 갖기로 합의했다.

당나라 때 의상(義湘)등 많은 신라승들이 장안(長安·지금의 시안)을 중심으로 활동했지만 현재 이 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신라승의 유적이라고는 창안현(長安縣) 흥교사(興敎寺)의 원측(圓測)스님 탑 정도가 고작이다.

혜초의 기우제 터를 찾아낸 아주대 인문학부 변인석(卞麟錫) 명예교수는 “일본은 창안현 향적사(香積寺) 법당에 12세기 승려 법연(法然)의 좌상을 설치하는 등 시안 일대의 많은 절에 자기 나라의 흔적을 심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며 “일본식의 과시적인 기념사업은 문제가 많지만 사라져가는 우리 역사의 흔적을 지키려는 최소한의 노력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선유사 문물관리소 왕톈빈(王殿斌) 소장은 “98년 선유사를 찾은 변 선생으로부터 이 곳에 얽힌 혜초에 관한 얘기를 듣고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며 “조계사의 도움으로 혜초의 기념비를 세우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혜초가 기우제를 지낸 기록은 일본 신수대장경(新修大藏經) 등의 하옥녀담기우표(賀玉女潭祈雨表)에 전해진다. 혜초가 황제에게 올린 이 표문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774년 1월26일 칙령으로 지시를 받아 저우지현 옥녀담에 가서 향을 피우고 제를 닦았다. 이 때 단(壇)을 세웠던 계곡에서 갑자기 소리가 들려와 사리를 던졌더니 비단같은 비가 흡족하게 내렸다. 그래서 하루저녁만에 수초가 물을 품고 생기를 얻어 빛났다. 이것은 내가 드린 미물의 작은 정성을 하늘이 받아들인 것이 아니었다. 폐하의 성덕에 하늘이 감동했기 때문이다.”

<시안(중국)〓송평인기자>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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