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 전동차 안에서 판매하는 해적판 음반이며 먼지털이, 반짇고리 등 잡동사니들이 집에 쌓여갔다. 귀가 얇은 탓.
한 달 전에는 지하철역 두 평 남짓한 신발가게에 나붙은 ‘재고정리. 무조건 1만원’이라는 현수막이 눈길을 잡아끌었다. 그만 하면 물건도 괜찮아 보였다.
큼지막한 캐주얼화를 하나 골라 들고 주인에게 물었다.
“이거 얼마에 떼어오시는 거예요?”
“손해보고 팝니다.”
“그래도 괜찮아요?”
“재고라는 게 얼마나 무서운 건지 손님은 모를 거예요. 빨리 해치우고 다른 일을 하는 편이 낫습니다. 지긋지긋해요.”
주인 아저씨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울음기까지 섞였다.
짠한 마음에 그 곳을 지나칠 때마다 재고가 얼마나 줄어들었나 유심히 살폈다. 그랬더니 웬걸. ‘무조건 1만원’은 그대로인데 앞에 써 붙인 문구가 최근 바뀌었다.
‘신제품 다량 입하. 무조건 1만원.’
<정경준기자>news9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