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타 볶음밥등 메뉴 다양,학생-직장인등 젊은층 즐겨
혼잡한 점심시간 식당 안 사람들에게 치이기 싫어서, 회의 시간이 길어져 밥 시간을 놓쳤을 때, 저녁 늦게 술안주가 생각날 때, 그것도 아니면 살살 풀린 봄날씨를 완상하며 벤치나 공원에 앉아 식사하고 싶을 때가 있다면?
‘중국음식 배달’ ‘편의점 김밥’ 이외의 새로운 대안 ‘테이크아웃(Take―out)’ 음식점이 곳곳에 정착되고 있다. 패스트푸드나 즉석 도시락처럼 바로 먹을 수 있는 것도 있고 조금은 데워 먹거나 가미해 먹도록 돼 있는 반(半)가공 상태의 음식들도 있다.
▽식당 안 의자를 벗어나
“닭가슴살 요리하고 당근케이크, 훈제 모듬 그린샐러드 준비해 주세요.”
“네, 20분쯤 있다 오시면 되겠네요.”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비손(02―798―4752)’은 파스타 스테이크 덮밥 닭안심구이 미고랭 케이크 카푸치노 등 전채부터 디저트까지 웬만한 ‘레스토랑 메뉴’를 다 소화한다. 스프링롤 통오징어 빈대떡 등 절충된 한식 중식도 섞여 있고 감자수프 야채수프 볶음밥도 있다. 3∼4평 남짓한 공간에서 주문에 의한 음식만 만들어 낸다. 4000∼1만8000원대 갖가지 음식을 즉석에서 먹기 쉽고 가져가기 편하도록 만들어 준다. 의자는 없지만 ‘동쪽으로 가면 돈을 번다’ 따위의 오늘의 운세가 적힌 종이가 들어간 ‘행운의 과자’를 먹으며 시간을 보내면 된다.
외국인은 말할 것도 없고 젊은 직장인들이 이 근처 경리단길 한구석에 잠시 차를 세워 놓고 점심식사를 해치우는 광경도 흔히 볼 수 있다.
서울 청담동 ‘푸이 익스프레스(02―511―4994)’는 자장면 탕수육 같은 ‘질척한’ 중국 음식이 아니라 담백한 ‘아메리칸 스타일’의 중국 음식을 판매하는 것이 특징. 덕분에 ‘테이크아웃’이 한결 용이하다. ‘스위트 앤드 사워 치킨’ ‘프린세스 포크’처럼 밥에다 매콤새콤한 소스와 치킨, 돼지고기 쇠고기 볶음 등을 얹은 라이스메뉴, 계란탕의 일종인 ‘에그드롭 스프’, 비빔라면이나 국수같이 생긴 ‘로멘’ 등이 주메뉴. 초창기엔 고객들의 인식 부족으로 테이크아웃 손님이 30%선에 그쳤지만 현재는 60∼70%에 달한다. 2인석 테이블 네 개는 늘 기다리는 손님들 차지다. 음료수로 재스민차나 국화차를 내놓는다.
▽샌드위치랑 커피랑
‘스타벅스’ 등 외국계 커피 전문점들이 들어오며 길거리에서 홀짝홀짝 커피잔에 입을 갖다대는 사람들이 많다. 요즘은 다른 한 손에 샌드위치나 쿠키가 달려 있는 경우도 흔하다.
서울 압구정동의 샌드위치 테이크아웃 전문점 ‘프띠뜨엠더블유달링(petitemwdarling·02―517―0201)’은 패스드푸드류와는 차별화한 고급 샌드위치를 판매한다. 즉석에서 만들어 파는 10여종의 샌드위치(4500∼6000원)가 맛깔스럽고, 에멘탈치즈 체다치즈 칠면조 등 국내에서 보기 힘든 다양한 재료를 사용한다. 그런 탓에 “유학 시절 먹던 맛”이라며 찾아오는 젊은 주부, ‘현지 적응식’이라며 자주 오는 근처 외국어학원의 유학 준비생들이 주고객.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지하1층의 ‘델리샵(02―559―7653)’은 ‘순수’ 빵집이었지만 최근 인근 아셈타워 코엑스몰 등에 근무하는 이들의 샌드위치와 야채샐러드 테이크아웃 수요가 늘어나며 ‘용도 변경’된 경우. 날씨가 풀리면서 코엑스몰 앞 벤치가 ‘야외식당’이 된 듯하다. 사무실에서 사전 주문을 원할 경우 ‘델리샵’에서 팩스로 메뉴를 넣어 주기도 한다. 토마토, 고기, 양파, 피망 등 9가지 재료가 들어간 즉석 샌드위치가 인기 품목이다.
<조인직기자>cij19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