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자세상]소녀같은 아줌마

  • 입력 2001년 3월 11일 18시 56분


오후 2시가 조금 넘은 시간, 서울 종로구의 한 중국집.

10평 남짓한 홀 한 쪽에 모여 앉은 수수한 옷차림에 세련된 화장을 한 50대 안팎의 중년 부인 5명이 얘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행여 남들이 들을까봐 조심하듯 나지막한 소리로 남편 걱정, 자식 걱정, 교육 걱정, 나라살림 걱정 등등을 속삭이던 그녀들의 목소리가 갑자기 올라갔다.

요즘 인기가 급상승 중인 TV 사극에 등장하는 여자 탤런트들의 얼굴평이 시작됐다.

“○○○는 화면에만 예뻐 보이는 거야. 실물은 얼마나 실망스럽다고.”

“그 애는 얼굴을 너무 당겨서(주름살 제거수술을 지나치게 해서) 좀 이상한 것 같아. 피부도 검은 것 같고.”

“검은 색 피부가 TV 화면에는 잘 나온대.”

“△△△는 실물로 봐도 빚어 놓은 것처럼 예뻐. 이목구비도 반듯하고.”

“아냐 걔는 턱이 너무 커 보여. 깎아야 한다고.”

주변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고 20여분 이상 왁자하게 탤런트 얘기를 늘어놓는 그녀들의 얼굴 위로 10대 소녀의 생기가 흘렀다.

<황재성기자>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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