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케치]강원도 횡성 숯가마터 체험

  • 입력 2001년 3월 12일 11시 02분


◇"우리 선조들의 숯에 대한 지혜가 정말 놀랍네요"◇

최근들어 우리 생활 구석구석에 숯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온갖 잡균과 습기, 냄새를 제거함은 물론 유해한 전자파를 막아주고 공기까지 맑게 정화시켜주는 숯. 뿐만 아니라 숯을 구워내고 난 가마의 열기를 활용해 무공해 자연 찜질까지 할 수 있는 강원도 산골의 숯가마터 현장을 직접 둘러보았다.

1천7백℃라는 어마어마한 온도를 체험해 보셨는지? 시뻘건 불길이 ‘시원스럽게’ 타오르고 있는 숯가마. 불구경(?)을 좀 해보려 숯가마 옆으로 가보았다. 황토벽이 방패막이를 하고 있어 괜찮겠지 싶어 성큼 다가섰는데… 아! 나의 인내심의 한계는 5초. 그것도 무모했다 싶을 만큼 이미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채 화끈거리기 시작했다. 그런 불길 속에서 달궈져 나온 숯들은 엄청난 희생을 치른 만큼의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흔히 고기를 맛있게 구워 먹을 때 쓰는 숯불구이용은 말할 것도 없고, 습기를 없애주는 제습용, 냄새를 없애주는 탈취용, 공기를 맑게 하는 그린용, 전자파의 해독을 막아주는 전자파용, 벌레를 쫓아주는 제충용… 그야말로 다양한 숯의 기능을 자랑하며 생활 구석구석에 ‘침투’하고 있다. 백화점에도 숯상품 코너가 따로 등장했을 정도니 바야흐로 숯문화의 황금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

돌이켜 보면 숯에 대한 옛조상들의 지혜는 정말이지 기가 막히다. 예전엔 아기를 낳았을 때 집앞에 금줄이라는 이름으로 숯을 매달았다. 그저 하나의 풍습으로, ‘전통 매스컴 수단’으로 달아놓은 것이려니 하지만 그게 아니다. 숯의 성분을 이용해 잡균 침입을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무덤에 숯을 묻어두었던 것도 개미를 비롯한 각종 벌레들이 접근하지 못하게끔 하기 위해서였다. 해인사의 팔만대장경 보관장소 지하에 숯을 두었던 것은 자연스러운 습도 조절로 ‘보물’들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함이었다.

더구나 요즘은 숯을 구워낸 뒤 남아있는 열기를 ‘재활용’해 숯가마 찜질까지 할 수 있으니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기’식 활용도를 선보이고 있다. 최근 찜질방으로 한창 각광을 받고 있는 황토굴에, 더군다나 요모조모 쓰임새가 많은 숯의 기운이 펄펄 살아있는 곳이니 이거야말로 ‘천연 오리지널 찜질방’이 아닌가!

숯이 ‘탄생’하는 과정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고 또 숯가마 찜질맛도 보고, 오는 길에 저렴한 가격으로 숯을 사올 수 있는 현장은 어디일까?

강원도 횡성군 갑천면 포동리, 일명 고래골이라 불리는 마을에 자리잡은 참나무숯 공장 ‘강원 참숯(033-342-4508)’. 이곳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28년) 재래식 숯가마터다. 영동고속도로 새말 인터체인지를 벗어나자마자 횡성방면으로 방향을 틀어 20분 가량 달리다보면 숯가마터 막바지에 강원도 특유의 꼬불꼬불한 산길로 접어든다.

산골짜기 도로를 내려가다보면 어느새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모습이 눈에 뜨이는데 그곳이 바로 ‘강원 참숯’ 현장이다. 온통 숯먼지로 뒤덮인 까만 슬레이트 지붕과 군데군데 쌓아놓은 참나무들이 연기속에 얽혀 독특한 풍경을 자아낸다. 시꺼멓게 그을린 얼굴로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과 그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강아지의 모습이 우선 정겨움을 느끼게 한다.

숯가마터 앞에는 작은 개울물이 흐르고 개울을 건너면 경사가 완만한 들판도 있다. 봄에는 나물을 캐는 재미를 즐길 수 있고 여름에는 시원한 물에 발을 담글 수도 있는 곳이다. 때문에 자연학습을 시키려고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젊은 부부들도 적지 않다는 것.

이곳의 숯가마는 모두 12개. 보통 한 가마당 5톤 트럭 2대 분량의 숯이 나온다. 가마당 숯이 나오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일주일. 가마에 나무를 넣고 불을 지피는 시간만도 4~5시간은 족히 걸린다. 불길이 가마 안으로 확실하게 들어가도록 하기 위해 대형 선풍기를 틀어놓지만 생각보다 많은 먼지가 날리지는 않는 게 다행스럽다. 아마 오랫동안 숯을 만들어 ‘숯도사’가 된 이곳 사람들의 노하우 때문이리라.

불이 다 지펴지면 가마를 온통 황토로 싸 바른다. 그리고 6일간을 그 상태로 놓아둔다. 가마 안에서 내내 불길을 받아 숯으로 변신한 것을 꺼낼 때가 가장 조심스럽다. 숯을 꺼내기 위해 불구덩이를 잘못 헤집으면 자칫 부서지기 때문이다. 그것이 이곳 사람들에겐 ‘치명타’가 된다.

이곳 사람들의 신조는 ‘잘 건진 상탄 하나 열 하탄 안부럽다’는 것. 크기에 따라 값의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이다. 이곳에선 숯의 크기에 따라 상탄, 중탄, 하탄으로 분류한다. 보통 지름 20cm 이상에 길이 30cm 이상은 되어야 상탄이라 불릴 수 있다. 상탄은 대개 숯의 기능을 십분 발휘하면서도 장식용을 겸해 집안에 그대로 놓아둘 수 있는 것들이다. 중탄은 그것보다 작은 것으로 이것 또한 상탄처럼 사용할 수는 있다. 하탄은 부스러기가 많아 대체로 숯불용으로 사용된다.

이곳에선 상탄의 경우 1kg당 3천원 정도에 판매한다. 그러나 웬만한 상탄을 하나 집어들어 저울에 달면 2~3kg은 족히 나간다. 중하탄의 경우 15kg 박스에 든 것이 1만8천원 정도 한다. 그러니 상탄을 애지중지할 수밖에….

기자가 취재할 당시 숯을 꺼낼 땐 비교적 상탄이 많이 나왔다. 숯가마에 불을 지피는 장면이나 숯을 꺼내는 장면은 언제 어느때 가도 볼 수 있다. 12개의 가마를 골고루 돌아가며 불을 지피기 때문이다. 근무자들이 24시간 교대로 가마를 지켜 이곳 가마에선 연기가 그칠 날이 없다. 널린 게 숯이라 근무자들은 숯 속에 묻어놓은 밤과 고구마, 감자, 떡 등을 구워 막걸리 한 잔을 걸치며 피로를 달래기도 한다. 운 좋으면 숯가마터에 가서 그 별미를 덤으로 맛볼 수도 있다.

숯가마터가 처음 생길 때부터 줄곧 이곳에서 한우물을 파온 공장장 서석구씨(63)의 구수한 입담도 인상적이었다. 취재온 김에 사진 한 컷 찍었으면 좋겠다고 하자 “아, 난 비싼 사람이야. 백지수표 몇장은 줘야 해. 나? 슈퍼 탤런트거든. 다들 촬영하러 오면 나만 찾아. 근데 다들 공수표야. 아휴~ 이제 이 골동품 찍지 말고 따끈따끈한 신제품으로 찍어 봐”라며 젊은 사람을 지목한다. 그러나 그 옆 사람이 “이건 여자들이 많이 보는 잡지래요” 라고 하자 서씨는 “그래? 그럼 인심썼다. 백지수표 한 장만 내놓고 찍어” 라며 금세 해맑은 웃음으로 포즈를 취해 보인다.

이곳의 마무리는 뭐니뭐니 해도 숯가마 찜질. 숯을 꺼낸지 얼마 되지 않아 뜨끈뜨끈한 열기를 내뿜고 있는 ‘찜질방’으로 향했다. 어두컴컴한 가마 속에 이미 자리를 잡고 앉아있는 사람들로 인해 입구에 간신히 앉을 수 있었다. 이래 가지고 찜질이 될까 싶었지만 왠걸? 앉은지 3분도 안돼 등이 후끈거리며 땀방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숯가마는 바닥부터 천장까지 온통 황토로 뒤덮여 있기 때문에 여기서 나오는 원적외선은 물체의 표면이 아닌, 속부터 데우기 때문에 그렇다고 한다.

또한 1천7백℃에서 달궈진 가마로 살균이 확실히 된 상태인데다 숯의 제습성분으로 땀을 흘리고 나와도 찐득찐득하기는커녕 아주 개운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이색적인 것은 숯가마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숯불 화로에 솥을 걸고 미역국을 끓여 먹으며 찜질을 한다는 사실. ‘숯의 달인’으로 불리는 공장장 서씨는 “옛날부터 숯가마에서 몸을 지질 땐 미역국을 먹었어. 과학적인 거야 잘 모르겠지만 그러면 몸이 늘어지질 않거든” 이라며 나름대로 찜질 노하우를 일러준다. 아울러 찜질방에 들어갈 때는 면옷을 입으라고 한다. 나일론 제품은 가마 안의 높은 온도로 인해 자칫 오그라들수 있기 때문이란다.

찜질방에서 땀을 흘리다 보면 아무래도 배가 출출하게 마련. 간단한 요기 차원으로 끝내려면 계란을 찜질방 한쪽에서 구워 먹으면 된다. 이곳의 단골 손님들은 고기를 비롯해 먹을 것을 싸가지고 온다. 이곳에는 드럼통을 반으로 잘라 만든 재래식 ‘바비큐 그릴’도 있고 숯가마터에서 자투리 숯을 무료로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뜨끈한 숯가마 안에서 몸을 지지고 난 후 지글지글 타오르는 숯불구이 음식으로 포식을 하고보면 어느덧 숯가마터의 체험도 개운하게 마무리되어갈 것이다.

◇참숯이란?

참나무로 만든 참숯은 세균과 냄새를 빨아들이는 미세한 구멍이 아주 많아 습기조절, 냄새제거 등의 정화기능이 우수하다. 아울러 나무가 토양에서 빨아올린 천연 미네랄이 풍부해 원적외선 및 음이온 등 생명 활동에 유익한 성분을 발산한다.

■일상생활에서의 참숯 활용법

▲취사용-참나무숯 1~2개를 물에 5~10분간 끓인 후 씻어서 밥 짓는 쌀 위에 놓아두면 밥이 맛있게 지어질뿐더러 쌀에 포함되어 있을지도 모르는 농약 등을 완전히 흡착해 건강식을 즐길 수 있다. 또한 물에 5~10분간 담가두면 정수효과를 볼 수 있고 술을 담글 때 사용하면 독소제거 효과를 볼 수 있다.

▲목욕용-망에 담긴 참나무숯을 욕조에 넣고 목욕을 하면 피부가 부드러워지고 각종 피부병을 예방, 치료할 수 있다. 냉증, 대하증, 치질 등에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목욕용 숯은 햇볕에 말린 후 10회 정도 재사용할 수 있다.

▲전자파 방지용-컴퓨터가 있는 자녀들의 공부방에 놓아두면 컴퓨터에서 나오는 유해한 전자파를 거의 흡수할 뿐만 아니라 음이온과 원적외선을 방출, 학습능률까지 향상시켜준다.

▲차량용-전자파로 인한 자동차의 속도 증가, 계기이상 등의 장애현상을 막아주고 차안의 냄새와 습기, 세균제거에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 아울러 음이온을 발산해 운전자의 피로감도 덜어준다.

<글·최미선 기자, 사진·박창민(프리랜서)>

(여성동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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