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북토피아-iMBC 공동 '디지털 구보 2001' 완성

  • 입력 2001년 3월 12일 18시 33분


◇국내 첫 '하이퍼텍스트 소설' 선보인다.

독자가 임의로 이야기를 선택해 감상하는 ‘하이퍼텍스트 소설’이 국내 처음 선보인다. 북토피아와 iMBC가 1년 가까운 준비 끝에 완성한 ‘디지털 구보 2001’이 14일 오전부터 인터넷(www.booktopia.com)을 통해 공개되는 것.

이 소설은 30대 중반의 남성인 ‘구보’와 그의 연인이었던 이혼녀 ‘이상’, 그리고 그녀의 어머니 3인이 하루 동안 겪는 일을 등장 인물별, 시간대별로 나누어 선택해 읽도록 했다.

이야기는 어느날 이상과 구보가 서로의 추억을 떠올려 전화를 걸어 만나고 사랑을 나눈 뒤 각자 집으로 돌아간다는 내용이다. 여기에 폭력적인 남편으로 인해 불우한 결혼 생활을 보냈던 이상 어머니의 스토리가 겹쳐진다.

모두 60개로 나뉜 에피소드들을 한 등장 인물을 중심으로 시간대별로 읽으면 단편소설을 감상하는 것 같다. 또 등장 인물들의 이야기를 비교해서 읽으면 같은 상황에서 각 인물의 ‘의식의 흐름’을 엿볼 수 있다.

소설 텍스트에는 음악, 문자, 동영상, 인터넷사이트 등 1000개가 넘는 사이트가 연결(하이퍼링크)되어 있으며 이 작품을 소재로 MBC가 제작한 10분짜리 디지털 단편영화도 볼 수 있다.

‘문학과 컴퓨터의 만남’으로 불리는 하이퍼텍스트 소설은 미국에서는 이미 1980년대 후반부터 시도되어 정착되어 있는 최신 장르. 1987년 최초의 단편 하이퍼 소설인 ‘오후, 이야기’가 첫선을 보였고, 몇 해 뒤 최초의 장편 하이퍼 소설인 ‘그라마트론’이 선보여 큰 화제를 일으켰다.

외국의 본격 하이퍼텍스트 소설과 비교해볼 때 ‘디지털 구보 2001’은 미숙한 수준. 독자의 선택에 따라 스토리가 제각각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이야기를 여러 가지 각도에서 읽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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