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평론가들 '대중소설' 새겨읽기 나섰나

  • 입력 2001년 3월 12일 18시 42분


◇가시고기-국화꽃 향기-가을 동화 집중분석

요즘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굳건히 지키고 있는 ‘가시고기’ ‘국화꽃 향기’ ‘가을동화’에 대한 평단의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대중 소설에 거부 반응을 보여온 순수 문학 진영이 ‘가시고기’‘국화꽃 향기’같은 대중 소설을 비평소재로 다룬 것은 드믄 일이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문학평론가 김미현씨는 계간 ‘세계의 문학’ 봄호에 실린 ‘쉘 위 리드?’란 글에서 ‘가시고기’와 ‘국화꽃 향기’에 대해 비평을 가했다.

◇"현실감-완성도 결여"

김씨는 ‘가시고기’에 대해 여느 대중소설과 달리 구성의 짜임새, 문장의 탄탄함을 높게 평가했다. 하지만 백혈병에 걸린 아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부성(父性)은 ‘보수적인 아버지상을 지나치게 부각시킬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는 남성 중심의 지배 이데올로기를 강화하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화꽃 향기’에 대해 그는 남녀 주인공이 왜 죽음까지 두려워하지 않는 사랑을 하게 됐는지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작품의 완성도를 의심했다. 아울러 사랑에 대한 환상 낭만을 비현실적으로 가공한 ‘시뮬레이션된 사랑’은 독자의 마음에 흡수되지 않으며 배설될 뿐이라고 평가했다.

출판평론가 최성일씨는 최근 출간된 ‘베스트셀러 죽이기’에서 ‘국화꽃 향기’를 더욱 신랄하게 비판했다. 소설안에 80년대 후반 해외 단편영화제를 준비하는 대학내 영화동아리가 등장하는 것은 어색하고 현실감이 떨어지며(당시 대학 동아리들은 단편 영화제를 준비할 만 한 능력이 없었다), ‘옥수수 알이 태양의 오븐 위에서 펑펑 튀는 팝콘’과 같은 어색한 표현이 가득해 짜증스럽다는 것이다. 그는 이같은 ‘함량미달의 소설’이 인기를 모으는 요인이 ‘대중의 독서능력의 퇴화’에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순애보 욕구 부활" 해석도

문화평론가 이영미씨는 계간 ‘사회비평’ 봄호에 실린 ‘사랑의 신화, 죽음의 유혹’에서 ‘가을동화’의 성공 요인을 사회적 맥락에서 짚어 눈길을 끌었다. 순정만화와도 같은 사랑 이야기가 의외의 인기를 얻은 데에는 ‘1990년대에 위축됐던 순수한 사랑에 대한 욕구가 부활한 것’으로 보았다.

이씨는 ‘가을동화’에서 처럼 최근들어 주인공을 죽게 만드는 비극적 모티브가 조성모의 ‘투 헤븐’(1998년) ‘불멸의 사랑’(1999년) 등 여러 발라드 히트곡들에서 먼저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이는 일본 영화 ‘러브 레터’(1995년)에서 힌트를 얻었다는 게 이씨의 분석이다.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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