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서울 강남이나 경기 분당신도시의 아파트에 가면 세 집 걸러 한 집은 그렇대요. 혼자 남은 가장을 ‘기러기 아빠’라고 부른다지요?”
“그런데 유학을 가면 애들이 정말 잘될까요? ”
“제가 미국에서 좀 살다 왔는데 명문대에 가는 아이들은 100명에 한두명 정도예요. 설령 잘된다고 한들 ‘한국식 효도’는 아예 기대하지 않는 게 좋아요.”
“가장이 혼자 지내면 아무래도 ‘문제’가 생기지 않겠어요?”
“부인이 애들만 데리고 훌쩍 떠나면서 ‘우리 남편은 수절해 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닐까요?”
“아내가 예전엔 반찬을 해도 ‘아빠 식성’을 기준으로 했는데 요즘은 ‘애들 입맛’에 맞춘다니까요.”
“누구 입맛에 맞추든 밥을 얻어 드시는 것만도 다행이네요.”
“그런가요?”
지난 주말 서울 홍제동 한 야산 약수터에서 40대 중반의 남성 너댓명이 나눈 대화다.
<오명철기자>osc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