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妄言(망언)

  • 입력 2001년 3월 13일 18시 43분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삶은 그래도 常識(상식)의 판 위에서 돌아가고 있다. 다시 말해 우리의 일상생활이란 어찌 보면 常識의 열차를 타고 보이지 않는 궤도 위를 운행하는 것과도 같다. 그 常識을 이루는 것들로 지식이나 관습, 법률, 윤리도덕 등이 있을 것이다. 그것을 바탕으로 우리는 ‘당연히 그런 것’ 또는 ‘그럴 것’이라는 전제하에 삶을 영위하고 있다.

그런데 살다 보면 가끔 常識이 깨지는 경우를 접하곤 한다. 하지만 그 정도가 그리 크지 않으면 ‘그럴 수도 있는 것’이라고 自慰(자위)하게 된다. 그러나 그렇지 않을 경우, 당황하다 못해 분노를 일으키는 수도 있다.

그 ‘상식을 깨는 것’ 중에 ‘말’도 있다. 그 정도가 심하면 도무지 이치에 맞지 않아 할 말을 잊게 된다. 즉 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히고 마는데 그것을 言語道斷(언어도단)이라고 하며 그런 말을 우리는 ‘妄言’이라고 부른다.

중국에서 漢字가 출현한 것은 초기의 母系社會(모계사회)에서 父系社會로 전환된 뒤의 일이다. 그래서인지 漢字에서 ‘女’변을 끼고 있는 글자 치고 좋은 뜻을 가진 것이 많지 않다. 娼(창녀 창), 奴(노예 노), 奸(간사할 간), 姦(간음할 간), 妖(요사스러울 요), 嫉妬(질투), 妓(기생 기), 妨(방해할 방), 妾(첩 첩) 등.

옛날 사람들이 여자에게 요구했던 것은 단순했다. 여자(女)란 그저 집 안에만 틀어박혀 있어야 남편의 마음이 편해지며(安), 아기(子)를 잘 키우는 것이 제일 좋은(好) 婦德(부덕)으로 여겼다.

漢字 ‘妄’은 ‘여자(女)가 바람이 나서 도망쳤다(亡)’는 뜻이다. 여자가 집과 자식을 팽개치고 달아났으니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妄은 법도에 어긋나다, 허망하다, 망령되다, 속이다 등의 뜻을 가지고 있다.

자연히 妄으로 이루어진 단어도 좋은 뜻을 가진 것이 없다. 함부로 날뛰는 것이 妄動(망동), 제정신이 아닌 것이 妄靈(망령), 함부로 내뱉는 말을 妄發(망발), 제멋대로 생각하는 것이 妄想(망상)이다.

요즘 일본에서 새로 편찬되는 역사교과서 문제로 양국이 시끄럽다. 그들의 妄言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를 비롯한 일제의 아시아 침략사에 대해 비뚤어진 시각을 가진 자들이 적지 않게 있어 심심하면 한번씩 내뱉는다. 妄言은 妄靈에서 오는 법. 妄靈이 들어도 한 참 든 것 같다.

鄭錫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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