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에서 시대를 풍미하고 있는 설치, 영상, 미디어 작품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위축된 평면 회화작품을 되살리려는 대규모 기획전이 마련된다. 국립현대미술관(관장 오광수)은 전통 평면작업에서 치열한 탐구를 보여주고 있는 작가 42명의 작품 130여점을 전시하는 ‘한국미술 2001: 회화의 복권’전을 15일부터 5월6일까지 제 1, 2전시실에서 개최한다.
오광수 관장은 “그동안 다양한 경향과 양식으로 풍부한 내면을 가꿔온 회화의 ‘권리’를 회복시키고, 오늘날 회화작품들을 한 자리에 모아 그 경향을 살펴보기 위해 기획전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참여 작가는 우리나라 미술계의 중간 허리부분을 구성하고 있는 40, 50대 작가들이 대부분. 이 연령층의 작가들은 창작의욕이 왕성한데다 자기세계가 무르익어가는 시기여서 우리 회화의 현황을 잘 보여준다.
이 전시는 오광수 관장 이하 학예연구직(큐레이터) 14명이 동등한 입장에서 각자 3명씩 추천한 작가 42명이 참가, 현대미술을 관찰하고 해석하는 큐레이터들의 다양한 시각을 살필 수 있는 기회가 된다.
14명의 큐레이터들이 기획한 14개의 독립된 전시이면서도 재질이나 기법 면에서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어 전체적으로 하나의 큰 주제를 형성하고 있다.
이재복 왕형열 김대원(큐레이터 장영준씨 추천·이하 괄호 안은 추천 큐레이터)은 지필묵(紙筆墨)으로 그린 한국화를 보여주며, 김선두 정종미 강미선(오광수)은 종이를 재료로 한 다양한 작업을 선뵈고, 김병종 강경구 조순호(임대근)는 운필(運筆)과 발묵(潑墨)을 중시하는 수묵화를 보여준다.
또 김호득 김태호 황창배(김경운)는 종이에 그려진 3차원의 허구를 드러내고, 김원숙 황주리 유연희(김연희)는 여성적 감수성으로 일상적 생활 이야기를 들려주며, 서용선 오원배 정복수(이추영)는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육체를 형상화하고, 임옥상 안창홍 홍성담(강수정)은 리얼리티를 통해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한다.
석철주 차명희 김택상(류지연)은 ‘그린다’는 행위의 관점에서 비교되는 작품들을 내놓으며, 한운성 강성원 정장직(최은주)은 차가운 추상과 뜨거운 추상을 대비해 보여주고, 이석주 고영훈 류재하(박미화)는 극사실화를 통해 환영을 나타내며, 김지원 이상남 최인선(강승완)은 오브제를 통해 독특한 기호화의 세계를 드러낸다.
박관욱 이지은 엄정순(박수진)은 그림에서 중요한 요소인 선의 의미를 성찰하고, 문범 이인현 홍승혜(박영란)는 대상이 없는 개념적이고 서정적인 그림들을 내놓으며, 장승택 최선호 남춘모(정준모)는 군더더기 없이 절제되고 정갈한 단색 그림들을 보여준다.
제1전시실은 구상화와 한국화 작품들이, 제2 전시실은 추상적이고 개념적인 작품들이 각각 전시된다. 02―503―7744, 5
<윤정국기자>jk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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