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연기자에게 변신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하지만, 이 두 사람에게는 예외인 것 같다. 류시원과 최지우.
14일부터 방송하는 SBS 드라마 스페셜 <아름다운 날들>의 주역인 이들은 늘 드라마에서 보여준 친숙한 이미지로 등장한다.
착한 귀공자풍의 이미지로 사랑을 받아온 류시원은 이번 드라마에서 형과 한 여인을 두고 대립하게 되는 민재역을 맡았다. 조용하고 자신을 겉으로 드러내기보다는 속으로 차분하게 갈무리하는 성격.
강인한 카리스마로 여자를 끌어들이기보다는 봄날의 따스한 햇살처럼 조용히 부드럽게 챙기는 인물이다. 그러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모든 것을 걸고 승부를 하는 면도 있다.
그동안 류시원이 드라마에서 자주 맡았던 ‘백마 탄 왕자’ 같은 낭만적이고 깔끔한 캐릭터이다. 같은 이미지가 반복된다는 것이 연기자로서 스스로의 한계를 좁히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는 오히려 자신의 이미지를 당분간 고수할 생각이다. 어설픈 변신은 오히려 예전의 이미지를 유지하는 것만 못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사실 류시원은 새로운 이미지로 변신하겠다고 선언했던 MBC 미니시리즈 <비밀>에서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모습으로 손해를 봤다. 당초 터프하고 잡초처럼 생활력이 강한 모습으로 등장하겠다는 계획이었지만, 연출자가 급격한 변화를 원치 않았고 드라마도 그의 변화보다는 이전 이미지에 더 초점을 맞추며 풀려갔다.
결과적으로 처음 시작할 때 성격과 드라마 종반부의 성격이 다른 ‘이중성격’이 되어 버렸다. 사람들이 자신에게 기대하고 원하는 모습이 있는데, 연기자로서의 욕심만 내세워 그것을 무시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최지우도 비슷한 경우. 그녀는 드라마에서 늘 여리고 눈물 많은 여인을 연기해 왔다. 여러 드라마에 출연했지만 한번도 섹시한 이미지를 앞세우거나, 털털하고 선머슴 같은 중성적인 역으로 변신을 시도하지도 않았다.
<아름다운 날들>에서도 그녀는 강인한 카리스마를 지닌 이병헌과 부드러운 류시원 사이에서 힘들어 하는 자상한 성격의 연수 역을 맡았다. 그동안 연기했던 ‘천사표 여인’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는 셈이다. 하지만 그녀 역시 변신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눈치는 아니다.
오히려 최근 한 인터뷰에서 변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그녀는 “변신을 하려면 앞으로 노출이 심한 야한 역을 해야 하는데, 그냥 지금 이대로가 좋다”며 새로운 이미지에 대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역에 충실하고, 괜한 욕심은 내지 않겠다는 의지이다.
재미있는 점은 두 사람과는 달리, 함께 주연을 맡은 이병헌은 지금까지의 인간미 넘친 성격에서 돌변해 냉철하고 강인한 사업가적 카리스마를 지닌 인물로 변신한다는 점. <공동경비구역 JSA>와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쌓아온 정감 어린 모습 대신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것이다.
이미지 고수를 선언한 류시원 최지우와 새로운 이미지로 승부를 하는 이병헌. 이들중 최후에는 누가 웃을지…. 시청자 입장에서는 드라마를 보는 재미가 하나 더 늘었다.
김재범 <동아닷컴 기자> oldfie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