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와 18세기 로코코 시대에는 궁정귀족계급 숙녀들 사이에 ‘루베’라는 것이 유행했다. ‘루베’란 곧 ‘아침 만남’을 뜻한다. 숙녀들은 침대에서 일어나 잠옷 차림 그대로 남성들을 맞는다. 남성들은 그런 그녀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지켜보고, 또 여성들은 자신이 목욕하는 광경이나 화장하는 모습을 ‘아낌없이’ 보여준다.
당시의 ‘루베’란 곧 여성들이 자신의 모습을 최대한 매력적으로 비치게 하여 남성들의 환심을 사려 한 일종의 품평회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녀들은 옷을 걸친 거추장스러운 모습 대신 섹시한 잠옷과 화장하지 않은 매끈한 얼굴로 남성들을 유혹했던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아침부터(!) ‘남여상열지사’가 일어났을밖에.
호색녀로 이름난 마리 앙투아네트와 그녀의 친구들 역시 이러한 루베를 몹시 즐겼다. 고관대작들을 루베에 초대해 목욕탕에서 갓 나온 알몸이나 침실에서의 벌거숭이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남성들의 성욕을 돋웠다.
1630년대 영국 찰스 2세의 궁정에서도 마찬가지 풍경이 벌어졌다. 공작부인들의 ‘루베’에는 십여명의 귀족이나 신사들이 마치 ‘비밀 쇼’에라도 입장하듯 길게 늘어서서 자신의 입장 순서를 기다리기도 했다는 것이다.
상쾌한 하루의 출발지점인 아침은 이처럼 섹스를 할 수 있는 가장 편안한 시간이기도 하다. 옷도 입지 않고 있을뿐더러 전날의 피곤이 충분히 풀렸기 때문에 정력 또한 가장 왕성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아침부터 무슨!’이라고 혀를 끌끌 차는 못난(?) 남성도 있을지 모르지만 이런 사람들은 편견이 심한 축에 속할 것이다. 섹스는 전신운동이 될 뿐만 아니라 온몸의 감각을 되살려주기 때문에 보다 상쾌한 아침을 위한 ‘필수 코스’라고까지 말할 수 있으므로….
흔히 ‘아침에 발기되지 않는 남성과는 이야기도 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건강한 육체라면 언제나 아침마다 섹스를 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가 갖춰져 있다. 맑고 싱그러운 아침, 아내와 즐거운 유혹의 시간, ‘루베 타임’을 준비해보자. 하루종일 담배와 술에 지친 몸으로 시도하는 ‘밤의 섹스’보다 훨씬 더 큰 즐거움을 줄 터이니….
<강경훈/ 연세합동비뇨기과 원장 www.binyo.co.kr >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