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전병욱 목사 "예배는 '미사일'… 삶의 현장서 터져야"

  • 입력 2001년 3월 15일 19시 04분


서울 청파동 삼일교회 전병욱 목사(38). 연세대 경영학과 82학번. 이 젊은 386세대 목사가 놀랍게도 지난해 한 기독교 인터넷서점의 조사에서 개신교계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로 꼽혔다. 그의 신앙수상집 ‘새벽 무릎’은 42쇄를 찍으며 총 11만부가 팔렸다.

삼일교회는 인근 숙명여대 강당을 빌려 주일 예배를 본다. 신도 수가 불어나 예배볼 공간이 협소해서다. 일요일마다 숙명여대 강당은 그의 설교를 듣기 위해 몰려드는 청년들로 가득 찬다. 젊은 교인들이 이 교회를 많이 다니는 것은 그의 설교에 힘이 있고 교회 운영이 도덕적이며 사회개혁에도 적극적인 탓이 크다.

전 목사가 삼일교회에 부임한 것은 1993년. 부임 당시 80명에 불과하던 출석교인은 5000명 가까이로 성장했다. 하지만 삼일교회는 아직도 구식 ‘예배당’의 분위기를 그대로 갖고 있다. 작은 교회 건물도 옛날 그대로다.

“방송사에서 옛날식 예배당을 찾아 촬영을 할 때면 종종 우리 교회로 찾아옵니다. 우리는 교회를 새로 짓는 대신 숙명여대 강당을 빌려 사용하고 헌금의 90%는 선교와 구제에 써왔어요. 대학 강당을 빌려쓰다 보니 아침 예배 2시간 전에 의자를 일일이 날라야 하고 저녁예배 후에는 또 2시간에 걸쳐 의자를 정리하는 수고가 보통이 아니지만, 젊은이들은 이런 도덕성 때문에 우리 교회에 호감을 갖고 있습니다.”

그의 신학경력은 대학졸업 후 총신대 신학대학원을 다닌 것이 전부. 비슷한 연배의 다른 엘리트 목사들처럼 해외 유학을 다녀오지도 않았다.

“저는 보수적인 기독교 집안에서 자랐습니다. 할아버지가 신사참배에 반대하다 순교하셨지요. 해외유학을 다녀온 많은 목회자들이 서양교회의 영성을 들여왔지만 저는 철야기도 새벽기도 등에 열심인 한국교회의 영성을 귀하게 여겼습니다. 토착 신학이란 바로 이런 것이라고 생각해요.”

청년들만큼 미래를 보는 예리한 눈을 가진 사람들도 없다. 지금 청년들의 눈은 전 목사에게 쏠리고 있다. 그는 신앙이 현장을 중시하고 야성(野性)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는 예배를 미사일 발사라고 표현합니다. 미사일이 세상에 나가 터져야지 교회에서 터지면 자폭입니다. 세상에서 빛의 역할을 감당하는 데 실패하고 신학교로 숨어드는 비겁한 젊은이들을 본 적이 있습니다. 진짜 믿음 있는 젊은이는 삶의 현장인 직장에서 인정받고 직장을 개혁하는 이들입니다. 이들이야 말로 복음의 최전선에 서 있는 믿음의 용장들이죠.”

<송평인기자>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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