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봄바람 살랑 외식도 우아하게

  • 입력 2001년 3월 16일 18시 43분


◇'커플 감성 재충전' 이곳에서

탱고 추러 갈까… 마술쇼를 볼까…

따뜻한 봄 햇살이 슬슬 파고든다. 맛은 맛대로 즐기고, 공연이나 퍼포먼스를 보며 문화적 감수성을 자극할 수 있는 곳들이 최근 도심 속에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예전에는 식사와 이벤트 중 어느 것 하나가 ‘양념’인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어느 것 하나 비중이 적은 것이 없다.

◇'음주가무'의 공존

‘30대를 위한 탱고바’를 표방하는 필라댄스 서울 청담동점(02―541―5922)이 지난 주 문을 열었다. 매주 금요일 아르헨티나에서 온 탱고댄스 전문가들이 댄스시범을 보이고 회원들에게 강습도 해준다. 전직 음대교수 3명이 매일 저녁 피아노 바이올린 콘트라베이스를 들고 연주회를 갖는다. 푸르스름한 조명 아래 ‘브루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등 옛 영화음악이나 가요를 편곡해 들려준다. 버섯쇠고기 스테이크, 새우구이, 그릴드 치킨 등 퓨전양식(2만∼5만원)이 주조를 이루지만 ‘서양화가 덜 된’ 연령대를 고려해 느끼하지 않은 김치롤(4만5000원) 같은 음식도 준비했다. 김칫국물과 올리브오일로 만든 ‘김치드레싱’도 샐러드 위에 뿌려진다. 사랑을 다시 고백하고픈 ‘오래된 부부’들이 미리 예약을 하면 댄스플로어 한가운데 별도로 테이블을 놔주고 미리 신청한 노래를 연주해 준다.

달포 전 개장한 해산물전문 레스토랑 ‘시푸드(경기 고양시 일산구 풍동·031―907―1233)’에는 아예 오케스트라가 항시 대기해 있다. 러시아 하바로스크 시립교향악단에서 온 7명의 러시아인들이 오전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2시까지 15회에 걸쳐 공연한다. 3인조가 피아노 바순 플루트, 4인조가 피아노 비올라 색소폰 아코디언으로 감미로운 하모니를 엮어낸다. 손님들은 특히 “조성모의 ‘아시나요’를 재즈풍의 연주로 듣는 것은 색다른 느낌을 준다”는 반응이다. 생일을 맞은 손님에게는 연주자들이 테이블 곁에서 별도로 2곡 정도를 연주해준다. 해산물모둠, 캄차카 가재, 활바다가재 칠리와 크림소스 등이 1만5000∼4만원대에 팔린다.

◇퍼포먼스를 구경하며

LG강남타워 내 동남아 레스토랑 ‘실크스파이스(02―2005―1007)’는 이달 말까지 인도네시아 전통 수공예인 ‘바틱’을 시연, 마술쇼를 방불케 한다. 바틱 예술가 무하마드 마즈레(39)가 손님들의 식사시간 동안 홀에 설치된 무대에서 흰 천을 형형색색의 식탁보 침대커버 손수건 옷 등으로 만들어 낸다. 바틱이란 천에 왁스를 묻혀 그림을 그린 다음 염색하는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한 것으로 입체적인 색채와 무늬를 가진 작품이 생겨나는 게 특징. ‘꼴라넥(소라수프)’‘아얌 카라산 고랭(치킨그릴)’‘나시고랭(볶음밥)’‘오리가슴살 뽀삐아’ 등이 9000∼2만3000원에 판매된다.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 ‘가야금홀(02―455―5000)’은 45분 가량의 식사, 42분간의 전통민속공연, 63분의 런던판타지쇼 등 총 2시간30분으로 이루어지는 한국 ‘디너쇼’의 원조.

원래는 외국인들을 위한 관광코스 정도로 인식됐지만 최근 들어 민속공연 파트를 강화하며 내국인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민속공연을 지루한 국악연주 정도로 생각하면 오산. 피날레의 대북 3개, 삼단북 2개, 15개의 북으로 이뤄진 북춤은 그 역동성과 리듬감에 압도된다. 판타지쇼는 마술 댄스 서커스의 ‘볼거리’ 위주다. 쇼 관람권과 안심스테이크, 로스트치킨, 생선버터구이, 폭찹, 너비아니, 야채 등의 메인요리 중 하나를 담은 세트메뉴가 5만∼8만3000원이다.

<조인직기자>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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