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북스]일본경영사

  • 입력 2001년 3월 16일 19시 09분


◇에도시대부터 오늘까지 일기업경영의 파노라마

미야모토 마타오 외 지음 정진성 옮김

448쪽 2만3000원 한울아카데미

1990년초 미국 경영자들이 일본에 도착했다.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하는 일본기업을 연구하기 위해서였다. 그들이 내린 결론은 하나. 이른바 ‘3종의 신기(神器)’라는 장기고용, 연공서열, 기업별조합이 있는 한 미국 기업들은 영원히 일본을 따라 잡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일본 기업들에 근대적 경영 형태가 갖추어지기 시작한 것은 에도 막부 말기에서 개항을 전후한 시기. 인구가 늘어나고, 개항과 동시에 외국 상품들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대상(大商)들이 출현한 것이 계기였다. 100년 이상 일본 기업의 수위를 다투고 있는 미쓰이(三井)도 이 때 본격적인 도약을 시작했다. 막부말기까지만 해도 미쓰이는 포목점에 불과했지만 메이지 유신기를 겪으면서 미쓰이 은행으로 변신을 시도한 것이다.

20세기초는 일본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성장한 시기.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다각화를 명분으로 재벌로 성장했고, 전문경영자도 이 때 등장했다. 미쓰이는 물산과 은행에서 광업 해운업까지 손을 뻗쳤고, 미쓰비시(三菱)는 타이완 출병 때 정부에서 불하받은 선박을 기반으로 해운업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했다. 이 시기에 일본기업이 비상할 수 있었던 것은 이윤추구에 대한 기업의 의지와 정부 주도의 중화학공업 정책, 여기에 중일전쟁의 배상금이 더해진 결과였다.

일본기업들의 가장 큰 시련기는 2차 대전이후에서 6·25가 발발하기까지. 패전에 따른 기반시설의 파괴는 말할 것도 없고, 미군정의 명령으로 재벌들이 해체되는 비운을 당했다. 침체기를 극복하기 위해 일본 정부와 기업들이 내건 슬로건이 ‘캐취 업’. 서구 선진국을 따라가자는 것이었고, 이런 노력은 70년대초까지 연간 성장률 10%라는 경이적인 숫자로 현실화됐다.

100년 넘게 일본 경제와 기업을 지탱해 왔던 ‘캐취 업’은 85년 달성됐다. 사상 처음으로 일본의 국민소득이 미국을 넘어선 것이다. 그리고 4년간 축제가 이어졌지만, 목표를 상실한 허탈감때문인지 90년부터 일본기업들은 10년 이상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기업은 누구의 것인가?’하는 질문에는 두 가지 모델이 제시된다고 한다. 하나는 서구 자본주의, 특히 미국 기업이 택하고 있는 주주 중심주의이고 또 하나는 사회주의 국가들이 선택했던 노동자 중심주의이다. 일본 기업들은 이 두 가지 모델의 중간을 택했다. 그 시험은 90년대까지 성공을 거듭해 경제 기적을 이루는 원동력이 됐다.

세계가 일본발 경제불황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세계는 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일본기업의 활력을 다시 한번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대우증권 연구위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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