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장영주, 김지연 등을 길러낸 미국 줄리어드음대의 도로시 딜레이의 이름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그러나 딜레이의 이름만 꺼내고 말 경우 ‘섭할’ 사람이 있다.
러시아의 명교사 자카르 브론이 바로 그 사람이다. 그는 막심 벤게로프, 바딤 레핀 등 세계 바이올린계 20대 스타 두명을 키워냈고, 40명 이상을 유수의 국제 콩쿠르 정상에 올려놓았다.
이제 할머니가 된 딜레이는 무대에서 만날 수 없지만, 브론은 현역 바이올리니스트이기도 하다. 그가 96년에 이어 두 번째로 서울 무대를 찾아온다. 27일 오후 7시반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서울바로크합주단 정기연주회.
브론은 미국 뉴잉글랜드대 석사출신인 비올리스트 최승용과 함께 모차르트의 ‘신포니아 콘체르탄테’를 협연한다. 그의 제자인 바이올리니스트 윤여영은 왁스맨 편곡 ‘카르멘 판타지’(비제 원곡)에서 독주자로 나선다.
브론은 모스크바 차이코프스키 음악원에서 이고르 오이스트라흐를 사사했으며 글링카 음악원 등에서 교수생활을 한 뒤 서방으로 이주, 런던 왕립음대와 독일 쾰른 국립음대등 유럽 각지의 유명 음대에서 기라성같은 제자를 길러냈다.
그는 특히 시기별로 한 작곡가를 골라 집중적으로 이해하도록 하는 ‘음악성 배양’을 강조하지만, 그의 문하에서 자라난 영재들은 오히려 흠잡을 데 없는 왼손 놀림이나 질풍같은 활긋기 중 기교적인 면에서 더욱 대중들의 이목을 받는다는 점이 특이하다.
올해 열여섯살인 윤여영은 여덟살 때부터 한국예술종합학교 예비학교에서 바이올린을 배운 ‘영재’출신. 열한 살 때부터 독일 뤼벡 국립음대에서 브론의 가르침을 받았고 지난해 폴란드 영 비니아프스키 콩쿠르에서 상위 입상한 기대주다. 구 유고연방에서 독립한 슬로베니아의 현역 작곡가 야니 골롭의 작품 ‘현을 위한 네 개의 슬로베니아 민요’ 도 이날 국내 최초로 연주된다. 1만∼3만원. 02―593―5999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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