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자세상]세살 꼬마의 '폭탄주스'

  • 입력 2001년 3월 18일 18시 36분


우리 시대의 보통 샐러리맨답게 술자리에서 누구 못지 않게 ‘섞어마시기’를 즐기는 회사원 최모씨(32).

2차, 3차 이어지는 술자리마다 으레 등장하는 회오리주, 수류탄주 등 각양각색의 폭탄주를 비롯해 최근에는 소주와 매실주, 백세주 등을 섞어마시는 묘미까지 체득해왔다.

때로는 집으로 동료들을 데려와 식구들이 보는 앞에서 ‘묘기’를 보인 적도 있었던 최씨.

그러던 그는 얼마 전 뜻하지 않은 충격을 받고 특단의 결심을 했다.

며칠 전 세살난 아들과 함께 놀아주다 “마실 것 좀 꺼내달라”는 아들의 요구에 냉장고 문을 열었다.

그런데 냉장고 안을 들여다보던 아들은 주스와 콜라, 요구르트를 모두 꺼내달라고 요구했다.

‘어린애가 뭘 이렇게 많이 마신다고’하는 생각에 음료수병을 이것저것 꺼내놓은 최씨에게 묘한 미소를 띠며 아들이 던진 한마디.

“아빠, 나도 섞어주세요.”

결국 아들에게 ‘폭탄주스’를 만들어준 최씨. 그날 이후 ‘되도록’ 섞어마시는 것을 자제한다. 집에서는 ‘절대로’ 섞어마시지 않는다.

<박윤철기자>yc9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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