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여성국제심판 임은주씨,최수진 코치와 한자리에

  • 입력 2001년 3월 18일 18시 40분


◇두 여성 축구인-'꿈의 제전' 그 함성 들리는 듯…

“내년 월드컵대회에서 최초의 여성주심으로 그라운드를 누비는 선배님의 모습을 볼 수 있길 기대할게요.”

“고마워. 최수진씨도 국내외에서 실력을 인정받는 훌륭한 축구지도자가 되길 바라.”

지난 주말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77%의 공정을 기록하며 연말 완공예정으로 마무리공사가 한창인 이곳을 찾은 ‘두 여성’이 굳게 손을 맞잡았다. 국내 최초의 여성국제심판인 임은주씨(35)와 현역 초등학교 축구코치로 활동중인 최수진씨(27). 두 사람 모두 대학시절 현역 축구선수로 다년간 활동한 여성축구계의 절친한 선후배로 지금은 심판과 코치로 각자의 ‘축구인생’을 설계중이다.

◇'월드컵 첫 여성주심' 기대

청주사대 시절 필드하키선수로 활약하던 임씨는 90년 베이징아시아경기 여자축구대표로 선발되면서 ‘축구’와 인연을 맺었다. 92년 이화여대 대학원에 진학, 선수와 지도자로 활동한 그에게는 항상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감독생활을 하다 심판에 도전, 97년 여성 최초로 국제심판자격증을 따고 99년에는 국내 프로축구 전임심판이 됐죠.” 이후 국내 경기는 물론 98년 미국여자월드컵대회를 비롯해 지난해 아시아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시드니올림픽 여자축구의 주심을 맡았다. 임씨의 다음 목표는 내년 월드컵 대회에서 최초의 여성주심으로 데뷔하는 것.

98년 우연한 기회에 방한중이던 엘리자베스 영국여왕을 만난 임씨의 에피소드 한 토막. 프로리그의 여자주심이 도저히 믿기지 않는 듯 확인을 거듭하는 여왕에게 임씨는 “영국리그에서도 뛰고 싶다”는 당돌한 포부를 밝힌 것. 여왕은 “꼭 그렇게 되길 바란다”며 화답했다.

◇"축구전도사 역할 최선 다할것"

서울 마포구 신상계초등학교의 여자축구팀 코치로 활동중인 최씨는 촉망받는 여성지도자.

“고교시절 선수생활을 시작, 93년 경희대 여자축구팀 창단멤버로 활동했죠. 이후 국제경기 부심자격증을 땄고요.”

현재 마포구 어머니축구단의 코치도 겸하고 있는 그는 축구발전을 위해선 일반 시민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가장 중요하다고 확신한다. “여자축구가 뿌리내린 지 10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여자가 무슨 축구를 하느냐’는 편견 때문에 재능 있는 선수를 확보하기가 힘듭니다.” 때문에 힘닿는 데까지 ‘축구 전도사’로 일반인들의 축구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불러모을 생각이다.

축구에 대한 뜨거운 열정만큼이나 경기장을 둘러보는 두 사람이 내년 월드컵에 거는 기대도 남다르다. 16강 진출의 문턱에서 번번이 ‘낙마(落馬)’한 한국축구가 내년에는 전 세계의 축구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또 50여년간 중단됐던 경평(京平)축구대회가 올해 안에 월드컵경기장 개장기념 경기로 마련돼 새천년 남북체육교류의 물꼬가 트이길 기대하는 바람도 그에 못지 않다.

“임선배. 경기장에 서 보니까 그라운드를 누비는 세계 각국 선수들의 가쁜 숨소리와 관중의 함성이 들리는 것 같아요.” “전세계 수십억 축구팬의 이목이 집중될 ‘꿈의 제전’에서 우리나라가 16강 진출을 이룰 수 있도록 응원을 보내는 게 어때?” “새천년 월드컵 파이팅! 16강 진출 코리아 파이팅!”

◇경기장 이것이 포인트

지상 6층, 지하 1층 규모의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의 수용인원은 6만3942명. 내년 5월 수십억 축구팬의 이목이 집중될 이곳은 막대한 물량과 각종 첨단시설로 가득하다.

지난해 말까지 투입된 공사인원만 연 35만명. 레미콘 1만1000대, 철골 2만2000t, 굴착기도 3000대가 투입돼 주공정을 끝냈다. 지반 침하를 막고 리히터 규모 5.2 이상의 강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기초공사에 들어간 철근 파일이 6000여개. 53m 상공에 지어진 1만2000평 규모의 상단 지붕막은 경기장 시설의 ‘하이라이트’다. 반투명 테플론막은 유리섬유를 실로 가공한 뒤 포(布)로 짜서 코팅을 한 것으로 원단값만 ㎡당 5만8000원선. 초속 35m의 강풍이나 50㎝ 이상의 강설에도 견딜 수 있다.

아름다운 야간조명등도 빼놓을 수 없다. 경기장 높이에 따라 메탈할라이드와 나트륨램프 등 총 800여개의 경관조명등이 경기장 높이에 따라 흰색 파란색 노란색으로 밝혀 경기장 주변의 공원과 도로까지 화려하게 수놓게 된다.

또 프랑스 월드컵 생드니 경기장의 배인 32대의 TV카메라를 설치할 수 있고 국제축구연맹(FIFA)의 기준치 1500럭스보다 밝은 2000럭스의 조명과 최첨단 스피커와 앰프 350여개가 설치돼 생생한 중계 및 경기관람이 기능하다.

각종 환경친화시설도 갖추고 있다. 오염방지와 자원절약을 위해 경기장 내 하루 110t의 배출수와 180t의 빗물을 오존처리 등의 방식으로 정화해 수영장 세탁수 등 부대시설에 이용할 수 있는 중수시스템을 갖춘 것. 이 시스템을 이용할 경우 연간 6만4000t의 물을 절약할 수 있다.

<윤상호기자>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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