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우는 명랑만화의 문법을 계승한 젊은 작가다. 최소한 20대 이상이라면 한번쯤은 들어보았을 명랑만화라는 단어는 간단한 선들로 그려진 캐릭터들이 형성하는 커다란 동질성을 바탕으로 웃음을 전달하는 장르로 정리할 수 있다.
근대만화가 도입된 이후 오락만화는 대부분 명랑만화의 문법을 따랐지만, 우리나라의 명랑만화는 길창덕을 통해 거대한 숲이 되었다. 길창덕은 보편적인 독자들의 특징을 추출해 개성적인 주인공을 만들어, 그 주인공을 중심으로 일상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방식을 개척했다.
1960년대∼1970년대 주류를 이룬 명랑만화는 80년대를 거쳐 90년대에 접어들며 서서히 소강국면에 접어들게 되었다.
90년대. ‘둘리’의 김수정도 빠지고 김진태 혼자만 오로지 고분분투하던 명랑만화에 혜성처럼 등장한 작가가 홍승우다. 명랑만화의 선과 독특한 표현 코드 등을 고스란히 계승한 홍승우는 ‘정보통 사람들’을 통해 일상만화의 가능성을 선보인 후 그 연장선상에 있는 ‘비빔툰’으로 육아와 일상을 탁월하게 접목시켰다.
정보통과 생활미 부부, 그리고 그들의 아들인 정다운과 딸 정겨운은 서로를 통해 배우고, 웃고, 위로 받고, 눈물 흘리고, 힘을 얻는다. 정보통과 똑같은 가정을 꾸린 홍승우는 상처받으면서도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 바로 가족이고 사랑이라고 이야기한다.
전면에 나오는 것은 육아 스트레스, 시댁 스트레스 등에 힘겨워 하는 생활미의 모습이다. 작가 특유의 세심한 시선이 빛나는 대목이다. 하지만 눈여겨볼 것은 아버지인 정보통의 모습이고 또한 그 아버지의 모습이다.
작품의 전면보다는 뒷면에서, 칸 안 보다는 칸과 칸 사이에서 존재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이 세상 아버지들의 일상과 마음을 읽어낼 수 있다. 이 만화를 통해, 아버지가 되어 가는 정보통의 모습을 통해 우리의 모습을 본다. 그리고 문득 나의 젊은 아버지가 그리워진다. 그 때를 되돌릴 수는 없지만.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만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