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사물놀이 대부 김덕수 '솔로' 선언

  • 입력 2001년 3월 19일 19시 07분


“‘사물놀이 김덕수’도 좋지만, 이제부터는 ‘장고잽이 김덕수’라고 불러주세요.”

사물놀이의 국내 1인자인 김덕수가 ‘솔로’를 선언했다.

남사당 단장이었던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다섯 살의 나이로 조치원 난장에서 무동 역을 맡은지 45년. 그동안 4명으로 이뤄진 사물놀이의 붐을 일으킨 주역으로 국내 국악인 가운데 단연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가 처음 장고를 들고 솔로 콘서트를 갖는다. 4월5∼7일 오후 7시반 서울 대학로 문예회관.

“사물놀이에서의 ‘은퇴’는 아닙니다. 오늘날의 저를 있게 만든 사물놀이 활동은 예전처럼 계속 할거에요. 그러나 향후 무대 활동은 주로 장고의 풍부한 가능성을 보여주는데 집중될 겁니다.”

1978년 이광수 최종실 김용배(작고)와 함께 ‘사물놀이’를 시작한 지 23년. 그는 분신과 같은 ‘사물놀이’의 이름에 강한 애착을 보였다. “누구에게나 변해야 할 때가 있지 않겠어요. 그런데 눈물이 날 것 같은, 만감이 엇갈리는 쓸쓸함만은 어쩔 수가 없네요.”

그는 “장고는 서양 관현악으로 따지자면 지휘자요, 실내악으로 따지자면 피아노와 같다”고 말했다. 왼쪽과 오른쪽의 소리가 다르며, 채로 두드리기도 하고 손으로 쳐서 소리를 내기도 하는 등 장고는 확실히 어느 타악기보다도 다채롭다.

이번 무대의 1부는 ‘장고 산조’로 짜여졌다. 문득 의아한 생각이 든다. ‘산조’하면 가야금 거문고 대금 등 선율악기로 연주하는 것으로만 알려졌기 때문.

“이번 무대를 준비하면서 가장 심혈을 기울인 레퍼터리이지요. 장고에서도 산조 특유의 신명을 끌어낼 수 있음을 보여드리겠습니다.”

2부에서 그는 일본의 피아니스트 야마시타 요스케, 바이올리니스트 카네코 아스카와 퓨전무대를 갖는다. 피아노와 함께 경기도당굿 특유의 열기를 쏟아내고, 바이올린과 함께 ‘대감놀이’의 호방한 리듬을 엮어낸 뒤 셋이 함께 ‘쾌지나 칭칭나네’로 한바탕의 신명을 풀어내게 된다. 두 협연자는 10여년전부터 일본 등지에서 잦은 협연으로 이미 속속들이 서로를 잘 아는 친구들이다.

옛 가락을 지키는 것도 쉽지 않은데 이렇게 저렇게 변해서야 쓰겠느냐, 누군가 딴죽을 걸지 않을까. 그는 “조상께 이미 여쭈어보았다”며 자신있는 표정을 지었다.

“지킬 것은 지키되 변하는 세상에 맞추어야 할 것은 맞춰야 한다고 하십디다. 다만 혹 잘못된 길을 갈지도 모르니 질책이 나온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하겠죠.”

2만∼3만원. 02―598―8277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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