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무용인으로 ‘서울발레시어터(SBT)’을 이끌고 있는 김인희 단장(37)과 상임안무가 제임스 전(41).
이들은 1995년 2월 창단한 SBT를 주저없이 일곱 살배기 ‘우리 애’라고 부른다. 89년 유니버설발레단원 시절 결혼한 이들은 춤과 발레단을 위해 출산 등 개인적인 일정을 미뤄온 ‘독한’ 사람들로 소문나 있다.
김 단장과 선화예중 동기동창인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장은 “김인희의 오기와 집념 아니면 오늘의 SBT는 없었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외부 지원도 거의 없이 살림을 꾸려오면서 “죽을 고비를 여러 차례 넘겼다”는 이들 부부에게 최근 경사가 이어졌다.
SBT는 이달초 국내 무용계 최초로 공연기획사 ‘아시아 스타 네트워크(ASN)’와 전속 계약을 맺었다. ASN이 2년간 작품 제작비를 지원하고 마케팅을 대행하며 수익은 연말 두 단체가 적정 비율로 배분하게 된다. 발레 공연 외에도 발레단 운영비와 캐릭터 상품 개발에 약 100억원의 투자가 계획돼 있다.
한편 제임스 전에게는 미국의 플로리다발레단과 네바다발레단로부터 안무 요청이 들어왔다.
18일 오후 서울 예술의 전당의 SBT 연습실은 무용수들의 땀과 열기로 가득했다. 27∼29일 오후 8시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새봄 발레 콘서트’(2만∼4만원. 02―2005―0114)에 선보일 창작 발레 ‘사계’의 마무리 연습 때문이었다.
안무를 맡은 제임스 전은 이 작품에 대해 “인간의 탄생부터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춤으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안경 사이로 반짝이는 제임스 전의 눈매가 매섭지만 김 단장은 “남편은 너무 열정적이고, 그래서 눈물도 많다”고 놀린다.
SBT는 재정난으로 지난해 12월 경기 군포시에서 열린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를 끝으로 문을 닫아야 할 위기에 놓였다. 제임스 전이 무대 뒤편에서 “우리 무용수들 불쌍해서 어쩌냐”며 눈물을 흘렸고 이를 목격한 김 단장도 소리없이 울어야 했다.
“이제 한숨 돌렸습니다. 전속 계약이 발레의 상업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발레와 비즈니스가 모순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완성도가 뛰어난 작품은 당연히 많은 관객을 모을 수 있겠지요.”(김단장)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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