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70세로 정년을 맞은 광림교회 김선도 목사가 25일 은퇴예배를 갖고 담임목사직을 장남인 김정석 목사에게 물려준 것.
이날 광립교회 주변에서 침묵시위를 벌인 기독교윤리실천운동 등 기독교단체들은 대형교회 ‘세습’ 선례가 교계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했다. 기윤실 입장에 동조하지 않는 교계 인사들도 지난해 초 ‘세습’목사 폭행사건까지 빚어진 충현교회의 경우를 떠올리며 걱정하는 마음은 마찬가지였다.
광림교회측은 충현교회와의 차이를 애써 강조했다. 충현교회 김창인 원로목사의 아들 김성관 목사는 미국에서 은행업에 종사하다가 뒤늦게 교회를 이어받은 반면, 김정석 목사는 미국에서 신학박사학위를 받고 교회개척 경험도 5년이나 된다는 것. 이 두 경우를 동일시하는 것이 공정한 태도는 아닌 듯하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은 이런 데 있지 않다. 한국의 재벌처럼 대형교회도 창립자의 영향력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창립목사는 은퇴해도 원로목사로 남는다. 창립 초기부터 원로목사와 고락(苦樂)을 같이 해온 노(老)장로들이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마다 원로목사를 찾아가 ‘고견(高見)’을 듣는 것이 관행처럼 돼 있기 때문이다.
영락교회는 ‘세습’ 교회는 아니지만 한경직 목사가 타계할 때까지 한 목사를 따르는 장로들과 후임 목사들과의 갈등이 끊임없이 반복돼왔다. 충현교회는 외부에서 목사를 두 차례 모셨다가 내쫓다시피하고 결국 원로목사의 아들을 목사로 만들어 데려다 앉혔다. 이런 일이 반복되자 대형교회에는 외부에서 목사가 오려고도 하지 않게 됐고, 결국 광림교회처럼 초빙에 실패해 아예 처음부터 아들 목사를 앉히는 경우도 생겨난 것이다.
광림교회의 후임 목사선정은 규정된 절차를 대체로 지켰다. 하지만 진정 다수 교인들의 의사가 반영됐다고 믿는 분위기는 아니다. 창립목사나 그를 추종하는 노장로들의 의견이 아니라, 다수 교인의 의견이 반영되는 의사결정구조를 만들기 위해 장로 재신임제나 임기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젊은 목회자들의 주장이 절실하게 느껴진다.
<송평인기자>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