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씨는 지난달까지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한 외국어학원을 다녔다. 강사진은 좋았지만 워낙 유학 혹은 이민을 준비 중인 ‘만학도’가 많아 분위기가 칙칙했다. 근처 빌딩의 30, 40대 회사원들 중 낯익은 사람들도 많았다.
이 달부터 서울 종로의 한 외국어학원으로 옮긴 황씨는 오랜만에 젊은 분위기를 만끽하고 있다. 20대 초중반의 대학생들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 대학 때 메던 배낭에 운동화까지 신고 아침에 거울을 보면 자신도 영락없는 대학생이다. 학교 파일을 옆에 끼고 수다떠는 여대생 사이로 일부러 지나가 보곤 하기도 했다.
“그래 다시 시작하는 거야. 이제 만 서른인데 뭐….”
점심시간에도 곧잘 학생들이 자주 가는 포장마차형 토스트집으로 발걸음을 뗐다. 며칠 계속 가니 주인아저씨가 알은체했다.
“힘들죠?”
“열심히 하는 거죠, 뭐.”
“근데 몇 시부터 몇 시까지 강의하시는 데요?”
<조인직기자>cij19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