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문' 건립 사실상 백지화

  • 입력 2001년 3월 26일 18시 48분


문화관광부는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부근에 세우기로 했던 ‘천년의 문’ 건립 계획을 사실상 백지화했다. 문화부는 26일 이같이 방침을 정하고 재단법인 ‘천년의 문’ 측에 국고 지원금 85억원 중 아직 사용하지 않은 52억원을 반납토록 공문으로 지시했다.

‘천년의 문’은 정부가 밀레니엄 기념사업으로 국민에게 약속한 것이기 때문에 문화관광부의 백지화 방침은 국민과의 약속을 어긴 것으로 정부의 말바꾸기에 따른 비난여론이 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문화부 오지철(吳志哲)문화정책국장은 “천년의 문 재단이 제출한 민자유치 계획을 검토 중이나 현실성이 희박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이달 안에 천년의 문 건립 백지화 방침을 최종확정해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국장은 “정부는 국고 지원 100억원 등 총 350억원을 들여 ‘천년의 문’을 건립할 계획이었으나 재단측에서 ‘천년의 문’ 모형을 높이 200m짜리로 선정, 공사비가 550억원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천년의 문’ 재단측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건립예산을 재단이 독단적으로 인상한 것이 아니라 지난해 8월 박지원 당시 문화관광부장관과 고건 서울시장, 김성재 정책기획수석비서관 등이 세차례 회의를 갖고 국고에서 200억원, 공공기금에서 50억원을 지원하고 나머지를 민자로 유치하기로 결정했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재단측은 당초 계획대로 기본설계를 마쳤으며 세계 최고의 높이 200m짜리 원형건조물인 ‘천년의 문’의 안전성 검사도 끝냈다.

‘천년의 문’은 정부가 대통령 자문기구인 ‘새천년준비위원회’를 구성해 건립을 결정하고 1999, 2000년 정기국회에서 국고지원 승인까지 받았다. 또 기본설계에는 독일 회사가, 안전성 실험에는 캐나다의 회사가 참여하고 있어 국제적인 신뢰도 떨어뜨릴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문화계 일각에서는 박지원 청와대정책기획수석과 사이가 안좋은 김한길 문화부장관이 박수석이 장관시절 추진했던 ‘천년의 문’ 건립계획을 백지화하려 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김차수기자>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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