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가 있으면 얼마나 편한데…”라고 친구들이 권해도 “집 아니면 학교, 있는 곳이 빤한데…”라며 사양한다. 이따금 남편의 휴대전화를 빌려 쓸 때도 지역변호를 누르지 않고 “왜 안걸리지?”라고 불평하기 일쑤.
얼마 전의 일. 야근을 하고 새벽에 집에 들어온 남편이 오전 내내 잠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그날따라 남편의 휴대전화는 10분이 멀다하고 ‘소음’을 토했다.
“여보세요. ×××씨 휴대전화 아닌가요?”
“맞기는 맞는데요. 야근을 하고 지금 자고 있거든요.”
대부분 이런 식으로 물리쳤지만 집요하게 바꿔달라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휴대전화를 꺼버리고 싶었지만 ‘종료’버튼을 눌러도, ‘취소’를 눌러도 꺼지질 않았다. 궁하면 통한다고 결국 ‘묘안’을 짜냈다.
잘 자고 나서 출근준비를 하며 휴대전화를 찾는 남편에게 L씨, 쑥스러운 표정으로 “장롱 겨울이불 속에 넣어뒀어요.”
<정경준기자>news9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