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등생-최고보다 건강한 꿈나무로"
‘재미있는 아빠, 무서운 아빠, 예쁜 엄마, 노래 못 부르는 엄마.’
프리랜서 아나운서인 손범수(37) 진양혜씨(33) 부부의 큰아들 찬호군(7)이 유치원 선생님에게 묘사한 엄마 아빠의 캐릭터다. ‘단점’에 대해서 손씨는 “아닌 건 아니라고 엄하게 혼낼 때도 있어 그런 것 같다”고 말했으나 진씨는 “노래를 그렇게 못 부르지는 않는데…”라며 뒤끝을 흐렸다.
손씨 가족은 부부가 방송 활동을 해서 얼굴이 알려졌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비교적 평범해 보인다. 이제 3개월 된 막내 찬유까지 네 식구. 찬호는 몇 년 전까지 엄마 아빠가 TV에 나오는 사람이란 걸 알고 신기해하거나 으쓱해 하기도 했지만 이제 좀 분위기 파악이 되는지 쑥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불편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집안일을 도와주는 아주머니가 한 분 있고 진씨의 친정어머니가 틈틈이 아이들을 보살핀다. 자녀 교육의 첫째 좌우명은 ‘특별하지 않게 키우자’다. 특별하지 않은 것이 어떤 것이냐는 물음에 손씨 부부는 “남에게 피해를 안 주는, 교양 있는 사회인으로 키우고 싶다”는 ‘특별한’ 목표를 내비쳤다.
“공부 잘해서 최고가 돼라” “돈 많이 벌어라”보다는 “친구들과 잘 사귀고” “주위 사람들에게 싫은 소리 듣지 말라”는데 주안점을 둔다는 말. 현실적인 욕심이 앞설 때도 있지만 적어도 마음가짐은 그렇게 갖겠다는 뜻이라고 한다.
손씨 부부는 맞벌이라 자녀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지는 않아 ‘질’로 승부한다고 말한다. 특히 손씨는 아침마다 찬호와 샤워를 같이 하며 부자간에 스킨십을 나누고 있고 틈만 나면 찬호 친구들과 함께 축구 시합을 즐긴다. 자신이 홍보대사로 있는 의료NGO ‘글로벌케어’의 봉사 활동도 열심히 하며 스스로 ‘모범’이 되려 애쓴다.
진씨는 최근 부부 싸움 도중에 찬호가 침대에 엎드려 ‘절망적인 표정’을 지은 것을 잊지 못한다며 행동 하나하나에 각별한 신경을 쓴다. “엄마는 아빠 싫어하잖아” 같은 찬호의 ‘공세’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요즘 손씨 부부는 찬호에게 E메일 주소를 만들어 줬고 가족끼리 ‘통신’한다. 자판에 익숙하지 않은 찬호는 전화로 내용을 불러 주고, 엄마 아빠가 그 내용을 받아 적어 나중에 찬호에게 보여주는 식이다.
찬호는 지금 유치원에 나가며 틈틈이 미국선생님이 가르치는 영어학원과 동네의 수영교실에 다니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 온 사촌형과 누나가 영어로 대화를 나누는 것과 수영학원에 다니는 친구들이 많은 주변 환경이 ‘자극’이 됐다. 덕분에 벌써부터 사교육비가 월 50만원을 넘었다. 진씨는 슬슬 걱정도 되고 때로 ‘정말 믿을 만한 교육인가’ 하는 회의도 들지만 별다른 대안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손씨 부부는 앞으로 본보 메트로면에 주1회 육아칼럼 ‘Jump Up My Children’을 연재한다. 이들은 “맞벌이 부부가 일상 속에서 자녀 때문에 즐거워하고 고민하는 내용들을 솔직히 풀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인직기자>cij19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