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화교들이 우리 나라로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임오군란이 있었던 19세기 후반부터다.
자본능력이 옹색했던 당시의 화교들은 생활터전으로 가장 먼저 손을 뻗친 분야는 먹는장사였다. 조금 여유가 있던 사람들은 정식으로 중국식당을 냈고, 그렇지 못했던 사람들이 만두나 호떡을 팔았다.
지금은 중국사람들이 하는 호떡집이 사라진지 오래지만, 중국호떡은 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지지는 지금의 쫀득한 호떡과는 전혀 달랐다.
화덕에 넣고 껍데기가 딱딱하게 익을 때까지 굽는데 호떡을 한 입 깨물 때마다 호떡 속에서 꿀같이 흘러내리는 흑설탕물이 한 방울이라도 땅에 떨어질라 입천장을 다 데워 가며 뜨거운 호떡을 먹곤 했다.
이렇게 굽는 중국식 화덕호떡집은 70년대까지 만해도 미아리고개에 많이 모여 있었다.
시내에는 중국사람들이 하던 만두집도 많았다. 호떡과 같이 하는 집도 있었지만 주로 만두와 공깔빵, 이름은 알 수 없지만 막대기같이 생긴 길다란 빵 등과 같이 팔았다.
그 때의 중국만두는 요즘의 분식센타 만두와는 솥에서 새어 나오는 냄새부터 달랐다.
만두 한 입을 깨물면 육즙이 쭉 빨리며 특유의 풍미가 입안 가득 차곤 했다.
아버지가 약주라도 한잔하셔 기분 좋은 날에는 동네 만두집에 들려 나무껍질 같은 펄프포장지로 둘둘 말아 포장한 만두를 사다주시곤 했는데, 그 때의 그 맛을 잊을 수가 없다.
요즘은 옛날 먹던 그런 중국만두는 찾기가 쉽지 않다. 만두 장사를 하던 화교들이 한국을 많이 떠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때의 만두맛을 간직한 진짜 중국만두집 한 곳이 명동에 남아있다.
명동입구 코스모스프라자 맞은편의 취천루다.
일제시대부터 바로 이 자리 한 곳에서 중국만두와 호떡을 팔아 왔다고 한다. 호떡은 20년 전 그만 두었고, 만두는 3대에 걸쳐 60년째 그 맥을 잇고 있다.
식당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한 가족. 깔깔대며 떠는 중국수다가 중국만두집다운 분위기를 한층 돋운다.
만두에서 피어오르는 향은 옛날 먹던 바로 그 중국 만두의 냄새다.
만두피가 다소 두꺼워 부드러운 맛은 교자만두나 물만두만 못하지만, 그래도 가장 중국만두다운 맛은 고기만두다. 고기와 부추, 양파가 들어간 만두소는 간이 조금 짭짤하고 습기가 많아 촉촉한 느낌이지만 푹신한 만두를 한 입 배어 물면 특유의 풍미가 느껴진다.
이 집은 만두를 반죽해서 찌는 일까지의 모든 과정이 직접 손으로 이루어진다.
그래서인지 만두를 빚는 할머니는 맛의 비결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그저 '손맛'이라며 웃을 뿐이다.
이 집에는 돼지고기와 쇠고기로 만든 것이 따로따로 있지만, 그래도 만두스러운 맛은 돼지고기로 만든 것이 낫다.
고기만두, 물만두, 교자만두, 튀김만두 4 종류가 있는데, 물만두<4500원>를 제외하곤 모두 4000원. 쇠고기만두는 여기에 500원이 추가된다.
위치: 코스모스프라자 바로 정문 앞<776-9358>
[eatncook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