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경복궁내 국립민속박물관에서 4월16일까지 계속되는 특별전 ‘바늘과 벗삼은 한평생’에는 이런 감동적인 사연이 담겨 있다.
박씨가 기증해 전시하는 한복 중에는 경납 합천 해인사 불상에서 나온 14세기 요선철릭(腰線帖裏·허리에 주름이 있는 남자 겉옷), 경기 광주에서 출토된 16세기 삼회장(三回裝) 저고리(깃 소매 겨드랑이 세 곳에 색깔있는 천을 댄 여성 저고리), 경기 용인에서 출토된 18세기 철릭(남자 겉옷) 등 소중한 전통 복식을 재현한 작품들이 들어 있다.
박씨는 특히 태극기를 처음 만든 개화사상가 박영효의 가문 출신이어서 더욱 눈길을 끈다. 박영효의 증손녀뻘이다. 어려서부터 의식주 중 의복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을 듣고 자란 박씨였기에 바느질은 그에게 지극히 자연스러웠다.
“의복을 정갈하게 입는 것에서 예가 시작된다고 했습니다. 저도 그 믿음으로 50년 가까이 바느질만 해온 거죠.”
박씨의 삶은 말그대로 바느질 인생이었다. 10대말부터 침선을 배운 그는 스무살 때인 1952년 고향인 충남 당진을 떠나 서울에 한복집을 개업하면서 본격적으로 한복 바느질에 뛰어들었다.
박씨는 자신의 이름이 남자 이름이어서 손님들이 외면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으로 아예 박선영이란 예명을 사용하기도 했다. 그래서 지금은 ‘박선영 한복’으로 더 유명하다.
50년 넘게 바느질의 외길을 걸어오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역시 경제적인 어려움. 교육공무원이었던 남편의 월급도 박봉인데다 상업적인 한복보다 전통 한복의 원형을 복원하는데 힘을 쏟느라 별로 돈을 벌지 못했다.
중학교 중퇴의 학력에 독학으로 전통한복을 연구하느라 어려움도 많았다. 83년 복식학자였던 고 석주선 선생을 만날 때까지의 30여년은 철저하게 혼자였다. 더 이상 혼자 공부론 안되겠다 싶어 자신이 만든 한복을 들고 무작정 석주선 선생을 찾아갔다.
“그 때 ‘참 잘만들었군’하는 선생님의 한마디가 얼마다 감격스럽던지요.”
그에 힘입어 본격적으로 전통 복식을 복원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물이 바로 이번에 기증한 의복들이다. 기증 동기는 후학들에게 좋은 연구자료를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이번 전시엔 박씨 기증품 중 200여점과 바느질 관련 유물 100여점이 선보이고 있다. 출생시 입는 배냇저고리부터 수의에 이르기까지 일생 동안 사람이 착용하는 복식을 통과의례에 맞춰 일목요연하게 전시하고 있다. 직접 바느질을 해 조각보를 잇는 코너 등도 마련, 관람객들에게 체험의 기회도 제공한다. 화요일 휴관. 02―720―3138
<이광표기자>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