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중국과는 달리 마시는 물이 맑고 좋아 마시는 기능으로서의 차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차의 중요한 특성인 각성효과와, 茶事(다사)에서 세밀한과 정성이 있으면 차의 맛이 크게 다르다는 점은 항상 공부하며 깊게 사유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잡념을 없애주며 수양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게 되었다. 즉 다사(茶事)와 음다(飮茶)는 유가, 불가, 도가의 도에 이르는 길의 안내자인 동시에 도에 도달한 경지의 마음과 정신상태가 되는 것이었다.
음다가 수양에 도움이 된다고 여겼음을 알 수 있는 기록으로, 설총의 "차와 술은 정신을 깨끗하게 한다 (茶酒以淸神)"는 내용과, 최치원이 차를 참선하는 노인이나 도가의 신선들이 좋아하는 선물이라고 한 내용과 자신은 차를 얻었으므로 근심을 잊게 되었다는 글에서 볼 수 있다.
수양다도를 중시하고 한국의 다도사상을 확립한 사람은 이색(李穡)이다. 그는 차를 손수 끓여 마시는 일을 수신(修身)하는 일로 여기는 군자수신의 다도관을 가졌다. 그에게는 茶事가 유학의 통달을 위한 실천적 공부 방법이었던 것이다.
김정희는 차를 끓여 마시는 것이 道의 본체(本體)를 터득하는 것이라고 했다. 불가에서는 이웃나라와 마찬가지로 다도는 선(禪)과 같다는 인식이 일찍부터 있었 다. 이러한 다선일여(茶禪一如)는 승려뿐 아니라 선비들도 마찬가지여서 고려와 조 선시대의 문인들은 "한 잔의 차는 바로 참선의 시작", "차의 맛은 선의 맛", 혹은 "명선(茗禪)"이라는 글을 썼다.
또한 차는 부처라고 했으며, 7세기 보천 (Bochun)의 불공다례에서 알 수 있듯이 차를 마시면 깨우쳐 오도(悟道)하게 되고 부처가 될 수 있다고 여겼음을 역사서나 시문, 민요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따라서 승려들은 평소 의 다생활도 마음을 청정하게 닦는 수행으로 여겼다. 도가(道家)에서도 차를 마시면 몸과 마음이 수양되어 득도할 수 있다고 믿었다. 도가의 도인을 신선(神仙)이라 하는데, 한국 신선사상의 근원은 중국 도가와는 별개로 민 족의 시조인 단군이 신선이라는 것에서 출발한다. 이것은 조선시대에 와서 독특한 한국 단학(丹學)으로 발전하게 된다.
따라서 한국 도가적 다도사상은 민족주의적 인 성격을 많이 지니고 있다. 귀중한 차를 정성들여 끓이는 일은 도를 닦는 과정이며, 차를 마신 후에는 득도한 뒤와 같이 자유롭고 조화로우며 자신과 사물을 잊는다는 뜻이다.
차를 마시는 것을 수양방법으로 여긴 것은 선비나 승려들뿐 아니라 일반 백성들도 마찬가지여서 차로 외로움을 달래고 마음을 다스려 나아가 도를 깨칠 수 있다고 믿었다.
오늘날도 다생활이 마음을 수양하고 정신을 깨끗하게 한다는 점이 중시되어 혼자서, 혹은 여럿이서 명상다례법을 수련하기도 한다.
다구(茶具)
ㆍ 물주전자
끓은 물을 넣는 주전자이다.
직접 물을 끓일 수 있는 기능을 겸비하면 더욱 편리하다.
ㆍ 차관
잎차와 더운물을 함께 넣어 차를 우려내는 도구이다. 도자기 제품이 좋으며 손에 쥐어 보아 다루기에 편한 것이 좋다.
손님의 수와 차탕의 양에 따라 알맞은 크기를 택하여 탕수를 거의 가득차게 붓는 것이 좋다.
ㆍ 귀탕기
끓인 물을 담는 그릇, 물을 식히는 그릇이다. 도자기 제품이 좋다.
ㆍ 퇴수기
차를 낼 때 예열을 위해 사용한 물 등을 버리는 그릇이다.
ㆍ 차통
차를 담는 통이다. 나무나 도자기 제품이 차의 신선도를 유지하는데 좋다. 뚜껑이 정교하게 맞는가를 살펴봐야 한다.
ㆍ 찻잔
차를 부어 마시는 잔이다. 좀 작은 것을 차종, 큰 것을 다완이라고 한다. 이것 역시 도자기 제품이 좋다.
ㆍ 찻술
잎차를 떠낼 때 사용한다. 주로 나무, 대나무, 도자기 등을 사용하며 종이를 쓰는 사람도 있다.
ㆍ 찻상
다구들을 올려놓는 상이다. 시야에 걸리지 않고 팔을 편히 뻗을 수 있도록 낮아야 좋다.
ㆍ 찻잔받침
찻잔의 크기에 어울리는 것이 좋으며 나무 제품과 도자기 제품 두 가지가 생산된다.
[eatncook 제공]